[지구촌 리포트]

▶ 말레이시아의 할랄 산업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된’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교리에 따라 무슬림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식품에 국한되지 않고, 화장품, 의류, 의약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교도가 신앙에 따라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품질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지표로 사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체 인구의 63.5%가 이슬람 교도로 구성된 국가로, 전 세계 할랄 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을 글로벌 할랄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할랄 산업 마스터 플랜(HIMP 2030)을 발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많은 국가들이 말레이시아를 할랄 제품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며 글로벌 할랄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할랄 산업 박람회인 미하스(MIHAS, Malaysia International Halal Showcase)를 통해 식음료, 화장품, 전자상거래, 교육 등 다양한 할랄 산업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글로벌 할랄 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 열린 제20회 미하스 박람회에는 66개국에서 2,000개 이상의 부스가 참여했으며, 43,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말레이시아의 할랄 산업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132억불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그 중 식음료 부분은 852억불로 전체 시장 규모의 약 7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JAKIM 할랄 인증 절차 도표>


말레이시아는 자킴(JAKIM, JABATAN KEMAJUAN ISLAM MALAYSIA, 말레이시아 이슬람 개발부)을 통해서 할랄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할랄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많은 기업이 할랄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내에서 유통되는 할랄 제품은 반드시 자킴 인증 마크를 부착하거나, 자킴에서 상호 교차 인증을 인정한 국가의 할랄 인증 마크를 부착해야 한다.

▶ 말레이시아의 할랄인증 교차 인정

 말레이시아는 2024년 5월 기준으로 49개국의 88개 할랄 인증과 상호 교차 인증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슬람중앙회(KMF)와 한국할랄인증원(KHA)에서 발급한 인증이 말레이시아 자킴(JAKIM) 할랄과 교차 인정된다. 말레이시아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할랄 인증 식품은 자킴 할랄, 한국 할랄인증 뿐만 아니라 타국의 교차 인정 가능한 할랄 인증을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가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수입 식품에 대해 할랄 인증 의무화를 발표하면서,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자킴 할랄 인증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지만, 인증 절차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한국 또는 제3국의 교차 인정 가능한 할랄 인증을 활용하는 것도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자킴 할랄 인증이나 한국 할랄 인증을 받은 품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인도네시아와 미국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도 다수 발견된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 유통되는 타국산 수입 식품에는 중국과 태국 등 다양한 국가의 할랄 인증 마크가 부착된 사례도 많이 확인되고 있다.

▶ 말레이시아 할랄 시장 동향

 말레이시아는 식품의 할랄 인증을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할랄 인증 선호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관련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2023년에는 말레이시아 편의점 패밀리마트가 매장 내 주류 판매를 전면 중단하며 무슬림 친화적인 매장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말레이시아 동부연안에 위치한 클란탄 주(州)에서는 F&B 사업체를 대상으로 할랄 인증 의무화를 발표하며 지역 내 할랄 산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호텔 주방, 공항, 쇼핑몰, 코피티암, 프랜차이즈 체인 레스토랑, 베이커리, 제조 공장 등 7개 부문을 대상으로 하며, 1년의 유예 기간 후 사업 허가 신청 시 할랄 인증서를 필수 요건으로 규정했다. 말레이시아 동부 연안지역은 무슬림 비중이 높고 보수적인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클란탄 주는 무슬림 인구가 95%에 달하며, 쇼핑몰 내 대형 유통 매장에서 논할랄(non-halal) 제품, 즉 돼지고기와 주류 등 이슬람교도에게 금지된 제품을 취급하지 않고 별도 외부 매장에서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할랄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번에 클란탄 주 지방 정부가 발표한 할랄 인증 의무화 규제는 지역정부 차원에서 처음 시도된 정책으로, 호텔 주방부터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베이커리까지 다양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극보수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만, 말레이시아 내 다른 보수적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 말레이시아 내 할랄 인증 한국 식품 현황

 말레이시아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국 식품 부류 중 대다수는 할랄 인증을 받은 브랜드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라면, 음료, 스낵류, 장류, 김치 등 할랄 인증을 받은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가 현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대형 유통매장에는 할랄인증을 받은 라면, 장류, 김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스낵류나 음료류, 떡볶이 역시 할랄인증 품목이 다수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유통매장에서는 한국산 식품 전용 매대를 운영하고 있어 유사 품목 사이에서 할랄 인증 보유 여부가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젊은 층의 주요 소비채널인 편의점에서는 할랄 인증 컵라면, 음료, 스낵류가 주로 비치되어 있다. 라면, 김밥과 같은 간편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소포장 김치 또한 할랄 인증 제품으로 진열이 되어 있다. 한국계 편의점 프랜차이즈에서도 최근 말레이시아 현지 동향을 반영하여 할랄 인증 제품의 비중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한국산 할랄 인증 식품의 인지도 제고 및 품목의 다양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주요 방송사인 아스트로(Astro)의 인기 토크쇼 멜레탑(Meletop)과 연계해 한국산 할랄 농식품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현지 무슬림들에게 한국산 할랄 인증 식품이 소개되었다. 생방송 진행을 맡은 엠씨 나빌(Nabil)은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식품이 유행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할랄 인증 제품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며 "방송에 소개된 것 중 개인적으로 사서 먹어보고 싶은 것도 많다"고 소감을 전했다.

▶ 시사점

 말레이시아는 할랄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국가로, 할랄 인증 식품에 대한 수요와 중요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 식품이 말레이시아 시장에 다수 입점되어 있지만, 앞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해지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폭넓은 품목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지 무슬림 소비자들의 선호를 반영한 제품군 확장과 함께, 프리미엄 식품에서 대중적인 품목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 농식품이 말레이시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나아가 전세계 할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1) https://www.hdcglobal.com/wp-content/uploads/2020/02/Halal-Industri-Master-Plan-2030.pdf

2) https://myehalal.halal.gov.my/portal-halal/v1/pdf/panduan/PhampletCartaAlir.pdf

3) https://myehalal.halal.gov.my/portal-halal/v1/pdf/cb/CBLIST-20May2024.pdf

4) https://www.thestar.com.my/news/nation/2024/12/27/kelantan-fb-outlets-need-halal-cert

문의 : 쿠알라룸푸르지사 서재희(jaehee28@a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