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산지 물류환경…산지 조직 규모화 통한 출하규격 표준화 시급
지난 7일 서울 가락시장의 채소경매장. 오이·고추 등 채소류가 팰릿에 적재된 채 시장에 출하됐다. 하지만 지게차를 이용한 기계하역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역 노조원들이 상자 하나하나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역하고 있었던 것. 팰릿 하나에 실린 농산물의 출하자가 여럿인데다 등급도 다양해 경매를 위해서는 다시 분리 하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단 가락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도매시장에서, 대부분의 품목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한 팰릿에 적재된 농산물의 출하자가 10명을 넘어서는 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니 도매시장 물류개선은 산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물류개선의 출발점인 하역기계화와 팰릿단위 거래가 도매시장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산지에서 팰릿단위 출하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히 농산물을 팰릿에 적재하는 것이 아닌 팰릿단위 그대로 경매까지 진행될 수 있도록 동일 출하자, 동일 규격 농산물을 적재한 실질적인 팰릿단위 출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소규모·영세 농가가 출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팰릿단위 출하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 물류개선에서 산지의 조직화를 통한 규모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산지가 조직화되면 단위별 농산물 출하 규모가 커지고 공동 출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팰릿 출하를 통한 물류개선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물류개선의 또 다른 선행 조건인 출하규격 표준화도 산지 조직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팰릿단위 출하와 경매 그리고 최종 소비지 판매까지 중간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재작업 없이 최종 소비지까지 그대로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출하규격 표준화라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직화가 진행되면 공동선별·생산과정 표준화 등을 통해 농산물 출하규격 표준화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출하 규격이 표준화되면 농산물도 공산품과 같이 산지에서 도매시장·저장시설 등을 거쳐 소비지 판매점에 이르기까지 유통 전 과정에서 별도의 재작업 없이 운송과 하역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 절감과 효율성 상승이 가능해진다.
전창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산물 물류개선을 위해서는 물류 주체별 규모화가 필요한데 산지의 경우 생산자 조직의 농산물 취급규모 영세성으로 인해 물류 합리화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주산지 조합연합 등 대표 조직을 육성하거나 품목별 연합조직 등 전국 단위의 조직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