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0년 아성 와르르 ‘코카콜라’
조회689요즘 GM·포드 등과 함께 성인병에 걸린 대표적 미국 기업으로 지목되는 회사가 있다.
바로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파워는 수년째 이론의 여지 없는 세계 최고를 기록해 왔다. 지난해 7월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부동의 세계 1위였다.
경쟁사인 펩시는 23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코카콜라는 판매와 시장 평가면에서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펩시는 최근 뉴욕 증시에서 쾌속 질주해 왔다. 지난 5년간 코카콜라는 연간 2.3%의 매출 성장을 냈으나 펩시는 7.5%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초 펩시가 2006년 1월께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앞지를지 모른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 12월 12일 펩시 주가가 31센트 오른 59.31 달러가 된 상황(총액 984억 달러)에서 코카콜라는 36센트 떨어진 41.15 달러 (979억 달러)로 마감돼 시가총액 역전이 일어나고 말았다. 지난 1980년 말에만 해도 펩시의 시가총액은 코카콜라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188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이어져 왔던 코카콜라의 120년 아성이 무너진 것이다.
그렇다면 코카콜라 제국은 왜 몰락했는가.
미국 언론들은 코카콜라가 1위 자리에 안주하면서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하는 등 과감한 변신에 실패한 게 첫째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경쟁사인 펩시는 부단한 사업 다각화에 노력해왔다. 그간 트로피카나 게토레이 등 비탄산음료 제조업체와 함께 프리토레이 퀘이커 등 과자 식품회사들과의 합병에 힘을 쏟아왔다.
음료분야에서도 주스 차 물 스포츠 음료 쪽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갔다. 이에 반해 코카콜라는 콜라 등 탄산음료 중시 정책을 고수했다. 신제품 개발도 영 신통치 않았다. 신제품이라고 내놓는게 다이어트 콜라 체리맛 콜라 바닐라맛 콜라 하는 식이었다.
그 결과 현재 펩시는 전체 이익의 23%만을 탄산음료 분야에서 얻는데 비해 코카콜라는 85%를 여기에서 챙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불어닥친 건강붐은 코카콜라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탄산 음료가 패스트푸드와 함께 비만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전체 소비량이 격감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보다 탄산음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펩시는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받았다.
안정된 시장을 중시하는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도 화를 불렀다.
코카콜라는 최근 수년간 안정적이되 수요포화상태인 일본과 유럽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그러나 펩시는 달랐다. 펩시는 인도 중국 등 기반은 취약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월등한 신흥시장에 공을 들였다.
결국 변화를 거부하는 코카콜라의 기업문화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특히 이사진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악명이 높다. 이사진들은 코카콜라가 먼저 스낵회사인 퀘이커 인수를 추진했을 때 이를 극력 반대해 펩시에 넘겨주는 우를 저지르기도 했다.
마케팅 특히 광고쪽에서도 특별한 작품을 내지 못한 것도 중요한 패착이었다.
상품 속성상 특별한 질적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눈길을 확 끄는 광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2000년대 이후 인상적인 슬로건 개발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펩시는 인기 절정의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꾸준히 벌였다.
결국 코카콜라는 경영진에게 '실적이 없으면 보수도 없다'는 극단적 보수체계를 도입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6일 이사 1인당 해마다 17만5000달러 상당의 스톡옵션을 잠정적으로 주되 3년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목표치(연평균 8%)에 미달할 경우 스톡옵션을 단 한 주도 주지 않는 임원수당 지급 방식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실적과 관계없이 연간 현금 5만달러와 스톡옵션 7만5000달러어치 등 총 12만5000달러를 이사들에게 지급해왔다.
올 회계연도부터 적용될 새로운 임원수당 규정은 또 기존에 지급됐던 이사 수당이나 회의 참석 수당 등 일체의 별도 비용을 없앴다.
네빌 이스델 코카콜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방식의 보수 규정은 어떤 보상체계보다 주주 및 경영진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지배구조 자문업체인 '코퍼레이트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미국 내 2000개 대기업 가운데 2%만 경영진의 보수를 실적에 연계하고 있으며 주식으로만 지급하는 업체는 8%에 불과하다.
LA aT Center (자료원: Joongang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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