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불고기 = 맥주와 핫도그

1997년 북가주 샌타클라라 시정부는 한국식당 '코리안 스프링 바베큐'가 식당에서 소주를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을 받아들여 식당 소주판매를 허가했다. 10여년 전 일이다.

당시 코리안 스프링 바베큐 임종성 대표는 "소주는 위스키처럼 하드리커가 아닌 식사에 곁들이는 한국음식문화의 일부"라며 "소주와 불고기의 관계는 맥주와 핫도그, 마가리타와 칩스 등의 관계와 같다"고 주장했다.

시측이 '소주는 700년 역사가 깃들인 한국의 고유문화'임을 인정하고 "미국인들은 외국문화에 관용해야 한다"며 이를 허락한 것으로 보아 임대표의 청원서류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2년뒤인 1999년 캘리포니아주는 식당 소주판매가 완전히 자유로워 졌다. 하드리커 라이선스 없이 비어&와인 라이선스만으로도 어느 식당에서든 '자신있게' 소주를 병째 내놓게 됐다.

남가주 요식업협회가 주축이 돼 한국의 식음문화를 설득시킨 것이다. 업계가 한 목소리를 냈고 정당한 이유를 전달했다. 유능한 로비스트를 활용했다. 3박자가 잘 맞았다.

2002년 10월 뉴욕주에서도 비어&와인 면허를 가진 일반 식당들에서 소주를 팔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노력이 있었다. 뉴욕 한인회, 뉴욕영사관, 식품협회가 하나로 뭉쳤다. 당시 뉴욕 한인 식당가의 불법 '주전자 소주'는 이렇게 없어졌다.

2004년 7월에는 버지니아에서도 소주판매가 자유로워 졌다. 버지니아의 '소주법안'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인들의 '주거니 받거니'하는 '대작술문화'를 인정하게 했고 스몰비즈니스 활성화라는 부수적인 취지까지 주지시키며 미국내 한인사회가 주류사회에 뛰어드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제 워싱턴주 차례다. 아직 몰래 주전자에 소주를 담아 팔아야 하는 워싱턴주는 '소주법안'통과를 위한 좋은 여건들을 가지고 있다. 선구자 역할을 한 3개주의 선례가 있고 '소주법안' 통과를 위해 힘써 줄 신호범 주상원 부의장이 정계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

또한 수년전에 한인회를 중심으로 식당소주판매를 인정해 달라며 3000여 한인들이 이미 서명을 했던 전례도 있다. 보통 25도정도였던 소주 도수가 20도까지 떨어진 것도 호재다. 40도나 하는 보드카와 같이 하드리커 취급을 받기에는 억울하다.

소주법안의 이해관계는 식당주들과 가장 밀접하다. 워싱턴주 식당들을 대표할 단체가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다른 주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힘을 합쳐야 한다. 워싱턴주가 미국에서 4번째로 '소주'가 자유로운 주가 될 지 기대된다.

자료원 : 뉴욕aT센터 / 미주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