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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2008

새로운 환율제도와 국제협력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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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효과가 적고 고 비용인 현 환율제도

 

IMF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와 많은 개도국들은 환율 변동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속속 전환을 하였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무역 및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환율 결정에 개입 강도를 높였다. 우리나라도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해 환율이 외환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긴 하지만 정부는 필요할 경우 수시로 시장에 개입하거나 제한적으로 외환통제를 실시하였다.

 

2000년대 들어 일본과 미국의 저금리, 특히 일본의 초저금리 때문에 동아시아 개도국으로 엄청난 해외자본이 유입되어 주가,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큰 거품을 일으켰다. 실질실효환율이 고평가되어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고 수출과 투자가 둔화되자 정부는 외환 시장에 막대한 개입 비용을 지불하였고 부분적인 외환통제도 실시하였다.

 

실질실효환율을 보면 2005년부터 원화가 과대평가 되었다. 1달러에 1200원대였던 대미 환율이 2005년 1024원, 2006년 956원, 2007년 929원로 떨어지다 2008년 1/4분기에 955원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4~1997년 기간과 비슷한 수준의 초강세였다. 이렇게 과대평가된 환율은 지속성이 없어 조만간 큰 평가절하가 예상되었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는 달러를 풀어 환율 상승 속도를 억제하려 했다. 지난 일년간 환율 조정을 위해 총 400억 달러를 사용했으나 환율은 결국 시장의 힘대로 결정되었다. 환차손은 차치하고 근년에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발행한 외환평형채권 및 국채의 이자 비용만 해도 매년 8조~10조 원에 이른다.

 

신 환율제도와 환율 협력의 필요성 대두

 

그러면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어떠한 환율제도가 적합할까?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외환의 수급 사정을 반영하며 환율의 예측성을 높일 수 있는 신축적 BBC(신축적 바스켓.밴드.크롤제도, Flexible Basket.Band.Crawl )제도가 적절하다.무역이 중요하고 무역상대국이 다양하기 때문에 실질실효환율의 안정이 필요한데 통화바스켓제도는 실질실효환율을 안정시킨다. 또 BBC제도는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키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해외자본 유입을 줄일 수 있다.

 

주요 거래 대상국 및 수출 경쟁국들을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 통화바스켓을 만들고, 경제의 기본 여건 및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실효환율을 반영하는 환율을 정한다. 적정 실효환율은 정확한 계산이 어려우므로 넓은 밴드(변동 폭, 예 ±10 또는 15%)를 허용함이 좋다. 이는 외환 수급 사정에 따라 환율이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환율이 이 밴드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하면 수출 경쟁력이 유지되고 환율 안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환율이 밴드 끝에 도달하면 시장 세력은 머지않아 정부 개입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거래를 하게 되기 때문에 환율은 밴드 안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즉 시장의 예상이 환율 안정을 돕는 것이다. 이는 환율에 대한 예측성을 높이고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BBC환율제도에서는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적정한 실질실효환율에 상응하는 환율이 얼마이며, 일정 밴드 내에서 환율이 유지되도록 정부가 노력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키코(KIKO)’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BBC환율제도하에서는 2006, 2007년과 같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적정선에서 장기간 크게 괴리되어 초강세를 보이는 일도 있을 수 없다. 금리인하, 자본통제 등으로 자본의 과잉 유입을 막거나 해외 자본 유출을 촉진시키는 조치를 취하거나 외환 시장 개입을 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밴드 밖으로 벗어나더라도 쏠림이 강할 때는 정부 개입을 자제하고 투기세력이 약화되었을 때 밴드 내로 이끄는 개입을 해야 보유 외환의 고갈과 외환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

 

국제단기자금의 과잉 유입과 유출의 반복을 제거하려면 환율의 안정과 더불어 국내외 금리 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환율변동 위험이 ‘헤지’된 금리재정거래 이익률이 근년에 3~4%대를 기록해 해외 투기자본이 과잉 유입된 것이 자산 거품 붕괴와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다. 통화바스켓제도에서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는 시장에서 국제금리 수준에 가깝게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는 환율을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시키려면 정부가 금리를 변동시킬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작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율과 관련 없이 자의적으로 금리를 결정하면 금리재정거래 이익이발생하여 투기세력에게 이익을 거둘 기회만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가 환율을, 한국은행이 금리를 각각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금리재정거래 이익률이 높아 이것이 외환투기자들에게 큰 수익을 주었다.

효과적인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이 필요한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역내 국가들 간의 경제 의존성이 높으며 성장이 주로 무역과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나라의 큰 평가절하나 금융위기는 쉽게 주변국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금융위기 발생 시 국제기관의 지원을 보완하는 역내협력이 요구된다. 공동기금, 스왑, 금융협력 조치와 같은 안전망을 마련하면 각국의 외환보유고 필요량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큰 금리 차로 인해 선진국의 과도한 단기자본이 유입되고 급격히 유출되는 일이 반복되며 금융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과도한 금리 차를 없애거나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동아시아의 막대한 흑자가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다.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신축적 BBC제도를 공동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여국들의 환율을 지역 통화바스켓(아시아 통화단위, Asian Currency Unit, ACU)에 밴드를 두어 연결한다. ACU 구성 시 가중치는 참여국들의 합의로 결정되지만 국내총생산(GDP)과 무역 규모 두 가지를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

 

ACU에서는 일본 엔과 중국 위안의 비중이 커 두 나라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또 역내 국가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두 나라 특히 일본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경제 사정과 회원국들 간의 합의에 의해 각국이 재량으로 밴드의 폭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국 환율이 ACU에 연결되면 역내 통화 간 환율은 더욱 안정될 것이다.

 

역내 국가들의 환율은 외부 통화인 달러와 유로에 대해서도 안정되어야 하므로 역내 기관을 통해 ACU의 가치를 달러와 유로로 구성되는 통화바스켓에 연결한다. 그러면 역내 국가들의 환율은 달러, 유로, 그리고 역내 경쟁국 통화들의 환율과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더욱 강력한 환율 협력은 단기와 중기에 엔/달러 환율을 일정한 밴드로 고정시키고 장기에는 고정시키는 것이다. 미국이 엔에대한 지속적인 평가절상 압력을 중단해야 일본의 초저금리를 방지할 수 있다. 동아시아 경제의 개방 확대와 개혁, 지역개발과 투자 확대, 거시정책의 조정, 외환보유고의 효과적 활용 등으로 미국과 동아시아의 금융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자료:왕연균 중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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