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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2010

아이스크림 벌써 더위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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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벌써 더위 먹었나

더위 달래기는 커녕 가격 40% 올라 왕짜증 … 권장소비자가격도 사라져 부르는 게 값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아이스크림의 ‘50% 할인’ 행사는 불합리한 유통구조의 결과물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잡아준다는 아이스크림. 2010년 6월에는 빙과류가 더위를 달래주기는커녕 짜증을 솟구치게 한다는 불평이 들려온다. 아이스크림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소비자들이 뿔난 것. 롯데제과는 지난 4월 메가톤바, 옥동자, 와일드바디 등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40% 넘게 올렸다. 해태제과의 누가바·바밤바, 롯데삼강의 돼지바·찰떡바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 롯데제과 홍보팀 관계자는 “여름철 성수기를 노려 가격을 올린 건 아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1등급 원유를 쓰는 등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해태제과 홍보팀 관계자도 “10여 년간 500원을 유지한 제품도 있다. 원유, 탈지분유 등의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 도입 혼란 가중


이에 맞서 빙그레는 5월 ‘착한 가격 캠페인’을 실시했다. 21종 아이스크림의 희망소비자가격을 여름 성수기에도 동결하겠다는 것. 빙그레 홍보팀 관계자는 “타 업체들이 주도해 가격을 인상해왔다. 우리는 합리적으로 가격을 정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은 이 캠페인을 “얌체짓”으로 폄하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올릴 만큼 올려놓고 가격동결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각 업체가 서로를 비난하는 만큼 아이스크림의 가격인상 구조에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중소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안모(41) 씨는 “식용색소와 천연색소의 가격차가 크지 않은데도 색소를 바꿨다며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이스크림 업계다. 원가를 따져보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장소비자가격이 사라진 아이스크림 포장지는 소비자를 더 분통 터지게 한다. 예를 들어 품질이 비슷한 바 아이스크림류를 고르면 어떤 제품은 700원이라고 적혀 있지만 어떤 제품은 아예 표시가 없다. 계산할 때 예상 가격과 달라서 따져도 소용이 없다. 가격 표시가 없으니 따질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슈퍼마켓 주인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동의 한 슈퍼마켓 주인은 “손님들이 ‘가격표가 왜 없냐, 왜 비싸게 받냐’며 따지기도 한다. 장사하는 우리도 아이스크림 영업사원에게 다른 가게는 얼마에 파느냐고 물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7월 1일부터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금지(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실시되기 때문. 이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포장지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라 가격이 적힌 제품과 적히지 않은 제품이 섞여 판매되고 있다. 오픈프라이스는 제조업체가 판매가격을 정하지 않고 유통업체가 정하는 제도. 따라서 제품 포장에 표시된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어지고 대신 최종 판매자가 정한 가격이 판매가격이 된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생소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돼왔다. 1999년 9월 신사 정장, VTR 등 12종을 시작으로 점차 품목이 확대돼 현재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컴퓨터 등 32종에 이른다. 올 7월부터는 빙과류, 아이스크림류, 라면류, 의류 등 247종이 추가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권장소비자가격과 판매가의 차이가 커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취지를 밝혔다.


오픈프라이스 도입 취지는 소비자학과 교수, 소비자 단체 등 관련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판매업자가 가격을 정하는 데다 유통업체 간의 경쟁을 통해 가격인하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시행을 앞두고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오픈프라이스 제도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려면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 과점, 독점, 담합이 있으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유통과학회 소속 김판진 초당대 교수도 “아이스크림만 놓고 보면 분명 잘못된 판단이다. 아이스크림 생산은 몇 개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독점이 가능하다. 게다가 기업들이 대리점에 판매장려금, 목표할당치 등을 제시하며 유통구조를 흐려놓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007년 롯데제과 등 4개 업체가 아이스크림 콘 가격인상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도입되면 제품 포장지에 가격표가 없어 소비자가 가격에 둔감해지니 업체들이 가격 올리기만 더 쉬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정작 담당부처인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의 문제점을 묻자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금지와 관련해 충분히 연구를 한 만큼 시간이 지나면 인하효과가 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판진 교수는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자에게 넘어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제조업체들이 이미지 하락을 감수하고 가격을 확 올린 것이다.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 잘못된 유통구조를 생각하면 인하요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유통구조 소비자에 불리


아이스크림 업계의 불합리한 유통구조는 각 판매점에서 빈번하게 실시하는 ‘50% 할인’ 행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2009년 10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 25개구의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 중소형 마트, 재래시장 등 총 300개 업소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조사한 결과, 권장소비자가격의 50% 넘게 할인판매를 하는 곳이 70% 이상에 달했다. 일부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묶음판매를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면서 낱개로 살 때보다 30% 비싸게 팔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의 한 대리점 사장은 “판매장려금, 목표할당치 등이 여전하다. 복잡한 유통구조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정설”이라고 했다.


결국 할인 판매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을 막기 위해 오픈프라이스를 도입했지만, 상품 포장지에서 가격표시가 없어지면서 가격이 올라도 얼마가 올랐는지 모른 채 소비자들은 최종 판매자가 부르는 값에 아이스크림을 살 수밖에 없다. 단위가격 표시제가 있지만 아이스크림의 주된 유통경로인 중소형 소매점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도 미지수. 이제는 아이스크림을 살 때도 ‘생필품 가격 정보 사이트’를 통해 일일이 확인해야 할 판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재옥 회장은 “그동안 권장소비자가격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예 가격을 짐작할 수도 없는 상태다. 비싸게 팔아도 항의할 수 없으니 소비자가 직접 발품 팔아서 비교해본 뒤 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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