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종, 전통한식에 빠지다...곱창 순대 홍어삼합 청국장 해장국 찾는 사례 증가>
"어설픈 퓨전보다 전통을 따라야 한다"
한식당을 찾는 타 인종고객들의 취향이 퓨전에서 전통의 맛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부분의 타 인종고객들은 처음 '퓨전 한식'을 통해 한국음식에 입문한다. 이들 퓨전 한식은 타 인종고객들에게 어필하도록 고유 한식의 깊은 맛 보다는 달고, 느끼한 서구적 맛을 강조했고 이는 한식에 대한 관심 증대라는 단기적 성과를 도출했다. 하지만 이런 퓨전 한식의 대중화는 곧 한식의 특색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국적불명 음식'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퓨전 한식에 열광하던 타 인종고객은 한식에 익숙해지는 시점에서 두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뭐 별로 다른게 없네"하며 관심이 식는 쪽이며 다른 하나는 "진짜 한식을 맛보고 싶다"며 전통한식을 찾는 쪽이다.
최근 LA한인타운 일대의 한식당들에는 퓨전을 찾는 이들도 많지만 이와함께 전통 한식을 찾는 타인종들이 크게 증가했다. 불고기나 갈비 그리고 비빔밥 정도에 국한되던 메뉴도 이제는 해장국, 순두부, 조개구이, 그리고 각종 찌개와 탕 등 전통 한식으로 확장됐다.
타 인종 미식가들이 손꼽는 맛집인 도마 칼국수, 한일관, 북창동 순두부, 기와 그리고 제부도 등 전통 한식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들에는 더운 날씨에도 대낮부터 뻘뻘 땀을 흘려가며 전통 한식을 즐기는 타인종 고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식 요식업주들은 "예전보다 전통한식을 주문하는 외국인들의 비율이 50% 이상 늘었다"며 "특히 단골일 수록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본 다음 친구들에게 권하는 사례가 많고 이런 친구들이 또 다른 타 인종고객을 데리고 오면서 전체적 매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1~2회 한식을 즐긴다고 밝힌 벤 북벌트 씨는 퓨전 한식으로 시작해 전통한식에 정착한 사례다.
북벌트 씨는 "처음에는 단맛 나는 불고기와 갈비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순대, 곱창, 청국장, 신선로, 그리고 심지어 삼합까지, 친구들이 '하드코어 한식'으로 부르는 메뉴도 즐기고 있다"며 "반찬도 나물과 전라도식 김치, 그리고 오이소박이 등 한국식 젓갈과 양념이 강한 쪽에 더 손이 가고 후식도 수정과나 식혜를 택한다"고 말했다.
북벌트 씨의 사례는 세계적 요리학교로 유명한 르 코르동 블루 패사디나 캠퍼스의 수석 요리사겸 학장인 라클란 샌즈 씨 등 세계적 요리전문가들의 충고와도 일치한다.
샌즈 씨는 "처음에는 한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고유한 '짜고 매운 맛'을 어느 정도는 양보해야 하겠지만 결국에는 한식에 대한 점진적인 교육을 통해 한식 본연의 맛을 소개하는 것이 한식 대중화의 올바른 접근 방식이다"고 말한 바 있다.
단기적 매상 향상에 몰두한 나머지 본질을 잊고 있는 한인 요식업주들에게는 귀기울여볼 만한 충고다.
출처: 헤럴드경제 미주판
LA aT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