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으로 히스패닉 시장 평정
조회1200컵라면으로 히스패닉 시장 평정
미 동부 히스패닉 시장에서 컵라면 하나로 수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한인 업체가 있다.
브루클린에 있는 '이릿(Eat it)'사는 히스패닉 시장에 컵라면을 공급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48만박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한국 라면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한인 업체들이 섣불리 진출하지 못하던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이릿사를 운영하는 라준성 대표는 한 살부터 24살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살아 스페인어에 능통한 데다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성향도 잘 알고 있어 이를 사업 아이템 선정에 응용했다.
지난 1986년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라 대표가 선택한 첫 사업은 봉제공장이었다. 99년까지 3개 회사를 거느리며 연 매출 1250만달러의 기업으로 키웠으나 2000년 들어 대량 주문이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 18년간 운영하던 업체를 모두 처분해야 했다.
봉제업이 불황기에 접어들자 라 대표는 식품 유통에 관심을 갖게 된다. '옷은 안 입더라도 음식은 먹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2001년부터 식품 유통과 봉제 업체를 함께 운영하며 멕시코산 식품을 수입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멕시코 식품 수입업계가 덤핑이라는 직격탄을 맞아 업체를 키울 수 없었다.
2003년 봉제업계에서 완전히 손을 뗀 라 대표는 6개월간 준비과정을 통해 히스패닉 시장에 한국산 사발면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창고는 예전 봉제공장 공간을 그대로 활용했다. 멕시코 식품을 수입할 때 거래처가 이번에는 고객이 됐다. 라 대표는 "한인 업소에서 일하는 히스패닉 종업원들은 한국 라면을 좋아하지만 어디서 구입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컵라면을 팔면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산 사발면을 홍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라 대표에게 예전 거래처 사장이 찾아왔다. 라 대표는 좋은 것을 주겠다며 라면을 한사발 끓여 내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까지 다 마신 거래처 사장은 라면 한 컨테이너 가격이 얼마냐 물은 뒤 물건을 보지도 않고 수표를 써 줬다. 첫번째 거래가 성사된 순간이었다. 라 대표는 이 수표를 들고 농심 뉴욕지사를 찾아가 사발면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첫해 예상 판매 목표는 10컨테이너였으나 고객이 크게 늘면서 24컨테이너를 팔았다. 거래처도 제너럴트레이딩.화이트로즈.크라스데일 등 대형 수퍼마켓 체인을 거느린 업체를 포함해 쿠바트로피칼.NY프로듀스.인터내셔널 안페실 등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00컨테이너가 넘는 분량을 소화하며 히스패닉 시장에 공급되는 한국 사발면 물량의 90% 이상을 장악했다. 사발면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오르자 이번에는 한국산 알로에 음료를 수입했다. '쌀루띠'라는 자체 상표도 붙였다. 첫해 20컨테이너를 판매한데 이어 올해는 50~60컨테이너 정도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라 대표는 한국산 식품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기까지 어릴적부터 익혀 온 한글과 한국 문화가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23년간 아르헨티나에서 생활했지만 엄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살아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한글 실력을 익혔다. 라 대표는 또 "우수한 한국 식품이 히스패닉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20살이 될 때까지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릿사는 히스패닉에 이어 백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산 건강식품 등으로 취급 품목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라 대표는 한국산은 품질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고 인지도가 낮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원 : 뉴욕 aT 센터 / Joongang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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