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시장개방 동향
조회882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브라질은 고립에서 벗어나 세계를 향해 조심스럽게 문호를 개방했다.
1990년 당시 브라질 콜로르(Collor) 대통령은 수입 관세를 인하하고 1200개 품목에 대한 수입금지조치를 해제하면서 한국이나 스페인, 칠레와 같이 보호무역정책을 철폐한 후 고용창출, 소득 및 생산증대를 가져올 수 있었던 나라들의 반열에 브라질을 올려 놓았다. 그 이후 많은 국가들이 하나씩 세계화를 지향하며 시장개방을 하면서 그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브라질의 세계화는 1990년대 초반의 움직임으로 그치고 말았다.
현재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브라질은 매우 뒤쳐져 있다. 올해 브라질 수출량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전세계 수출량의 1.1%에 불과하다. 무역관세는 그 어느 나라보다 높으며 현재 타국과 타결된 자유무역협정은 메르코수르가 유일하다. A.T. Kearney컨설팅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가장 세계화된 국가 62개국 중 57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시장을 개방했다고는 하지만 국제무역에서 브라질이 끼치는 영향력은 아주 미미하며 브라질은 두번째 시장개방이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브라질 광역경제조사연구소(IPEA)의 Armando Pinheiro 연구원은 의견을 밝혔다.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과거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에 뒤졌을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다른 신흥개발국에 비해서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GDP 성장률도 3% 안팎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프린스턴 대학교 Jose Alexandre Scheinkman 교수는 브라질은 폐쇄적이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12월 13일에서 18일까지 세계무역 자유화를 주제로 홍콩에서 열리는 WTO 총회는 브라질에 좋은 기회이다. 워낙 회원국들의 이해가 얽혀 있어 이 회의에서 구체적인 결론을 얻고 협정을 맺기는 어렵겠지만 브라질로서는 세계화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자문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WTO 총회가 큰 성과 없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브라질은 이번 기회를 통해 뒤쳐진 세계화를 만회할 수 있는 전략수립이 시급하다” 라고 Simao David Silber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수는 언급했다.
최근 브라질 재무부에서는 현재 공산품 수입시 부과되는 최대 수입관세 35%를 10.5%로 낮추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브라질 정부는 해외선진국이 브라질 농산품에 대한 보호장벽을 낮춘다면 브라질도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을 검토중이다. 브라질에서 가장 관세가 높고 보호산업분야인 자동차 업계도 시장개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Ford 중남미 본부장인 Antonio Maciel Neto 사장은 “자동차업계의 개방에 적극 찬성한다. 우리는 수출을 늘리길 희망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수입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정확한 표현이다. 오늘날 경제가 건실한 나라는 수출도 많이 하고 동시에 수입도 많이 하는 국가들인데 즉 무역을 개방함으로써 한 국가의 산업 중 경쟁력 있는 분야가 자연적으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높은 관세장벽이 없는 개방된 시장에서는 세계 최고 기업들의 상품이 경쟁하고 가장 효율적인 산업만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경쟁력 있는 자국제품은 팔리고 자국생산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에서는 수입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가능해지고 기업가들은 경쟁력 있는 산업에 집중 투자하게 돼 국가가 그만큼 번영을 누리게 된다는 논리이다. 시장개방을 많이 한 국가들이 대부분 경제가 왕성하게 성장하는 국가임은 우연이 아니다.
경제개방 순위
순위 |
국가명 |
1 |
싱가포르 |
2 |
아일랜드 |
3 |
스위스 |
4 |
미국 |
5 |
네덜란드 |
6 |
캐나다 |
7 |
덴마크 |
8 |
스웨덴 |
9 |
호주 |
10 |
핀란드 |
57 |
브라질 |
기업들의 경쟁은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990년 시장개방을 하면서 TV 및 음향기기 가격은 곧 66%까지 하락했고, 무역자유화의 직접적인 수해자는 소비자가 됐다. 브라질 FGV 연구소 Maria Cristina Terra 교수는 1990년대 브라질의 시장개방은 부의 집중을 막고 가장 빈곤한 계층이 혜택을 보는 사회평등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그전에는 불가능했던 첨단기계들의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브라질 기업들은 자본재를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보았고 그 결과로 시설이 첨단화되면서 생산성이 6배 이상 높아졌다.
90년대 시장개방 이후 가격하락률
품 목 |
가격하락률(%) |
TV 및 음향기기 |
66 |
자동차, 화물차 및 버스 |
61 |
비료 |
53 |
섬유 |
35 |
무역자유화는 첨단기술을 후진국에도 전파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한 예로 브라질 바이아 지역의 Ford 공장을 들 수 있는데, 2001년에 준공된 이 자동차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계 장비들은 수입품이었는데 점차 브라질 기술로 흡수돼 현재 수입된 모든 로봇은 현지에서 조립되고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일들이 크게는 한 국가 기술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시장개방은 브라질 제품의 해외수출에도 도움을 준다. 대기업들은 브라질 내수시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항공기 생산회사인 Embraer는 브라질산 항공기를 많은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냉동기기 컴프레서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Embraco도 1970년대에는 내수시장에만 판매를 하다가 1990년도에 세계시장에 뛰어들었다. 브라질에서만 판매해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가 없었던 Embraco는 1994년도에 이탈리아에, 1995년도에는 중국에,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설립했다. 기업이 세계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고 현재는 미국계 기업인 Whirlpool이 최대 주주이다.
브라질이 세계화를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외부세계의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다. 몇 년 동안 환율을 위시한 브라질 경제 지표들의 심한 변동은 브라질 기업과 정부를 예측 곤란하게 했다. 환율은 금융시장 움직임에 따라 기복이 심해 1994년에 1달러 대 1헤알 미만이던 것이 2002년에는 4헤알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2.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세계무역에 개방돼 있지 않을수록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이 개방돼 있을수록 외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 반대이다”라고 FGV의 Terra교수는 설명한다. 즉 국가 위기 시에 외국투자가들이 브라질 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되면 현지화가 폭락하고 이것은 곧 이자율 상승과 경제침체기로 접어들게 됨을 의미한다. 무역이 활발한 나라에서는 현지화 변동폭이 작게 일어나는데 그 예로 중국처럼 5800억달러를 수출하는 나라는 브라질처럼 1150억달러를 수출하는 나라보다 환율의 변동이 크지 않다.
1980년대까지 자급자족 정책을 고수하던 브라질은 1990년 시장개방 및 무역자유화 정책을 쓰면서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최근 계속되는 낮은 경제성장률 및 불안정한 경제지표들은 브라질의 제 2차 시장개방이 절실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세계무역에서 브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브라질은 위기에 강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자료출처 : 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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