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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2009

스시에서 배우는 한식 세계화

조회924
미국서 ‘캘리포니아 롤’로 탈바꿈
‘날생선’ 대신 아보카도·오이 등 사용
‘국제 스시데이’ 제정 대중과 가까이

음식은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문화소통의 통로임에 분명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그렇다. 다인종 다민족 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미국은 한 나라의 전통이 타인종 타민족의 습성에 스며드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흥미진진한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민족의 전통을 담아내고 있는 음식이 타인종에게 상품으로써 얼마만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를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점검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는 '미국화가 곧 세계화다.'라는 속설의 내막이기도 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세계화는 곧, 한국과 한국의 대표 상품을 세계 속의 브랜드로써 그 위상을 견고히 하기 위한 지원사격(?)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캘리포니아 롤 (California roll)'이라는 이름으로 현지화된 일본전통 음식의 발자취를 되집어 보며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 가능성과 상품성을 반추해보고자 한다.

'캘리포니아 롤'의 유래

'캘리포니아 롤'을 파생시킨 스시의 시작은 기원전 4세기에 중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발효된 쌀 사이에 생선을 싸서 저장하고, 쌀은 버리고 생선만 섭취하는 저장식품(나레스시)으로 시작된 스시는, 서기 8세기에 일본으로 건너와 날생선을 싼 쌀을 버리지 않고 함께 먹는 새로운 요리(세이세이스시)로 계발되었고, 에도시대에는 발효시키는 대신 식초에 버무린 쌀에 생선과 각종 야채, 저장식품을 더해 한번에 먹는 요리(하야스시)로 발전하였다.

19세기 초 도쿄에는 음식 노점상이 주로 식품 유통 창구였는데 이때 니기리스시가 소개되었다.

하나야 요헤이가 발명한 타원형 밥덩어리에 생선 한 조각을 덮은 즉석음식 니기리스시는 100년 전에도 바쁜 도쿄사람들에게 간편한 식사로 즐기는 음식이었다. 그 후 1923년 간도 대지진 때 도쿄에서의 일자리를 잃은 니기리스시 요리사들이 일본 전역으로 흩어져 니기리스시를 퍼뜨렸다.

'캘리포니아 롤'의 미국 상륙

1960년대에 LA는 미국에서의 출세를 꿈꾸는 스시 요리사들의 신천지였다.

'도쿄 가이칸 (Tokyo Kaikan)'이라는 식당이 LA의 첫 스시바를 선보였는데, 가이칸의 요리사였던 이치로 마시타가 참치 대신 아보카도를 쓰기 시작했고, 몇차례의 실험 끝에 마침내 '캘리포니아 롤'이 탄생했다. 아보카도의 기름진 촉감이 참치의 완벽한 대용이었다.

후에 미국인들이 스시 겉부분의 김을 보거나 씹는 것을 꺼려하는 모습을 본 마시타는 롤을 '뒤집'어김이 안쪽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바로 전통음식이 타지에서 현지화되는 과정이다. 주먹밥 한덩어리 위에 갖은 재료를 얹어 만들어지는 스시나 김과 밥 안에 어떤 재료를 넣어 말아먹을 수 있는 롤이 캘리포니아에서 현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롤'의 대중화

남가주에서 인기가 폭발한 '캘리포니아 롤'은 1980대에 접어들어 미국 전역에서 인기가 솟았다. 롤은 너무나 이국적인 스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어 미국에서의 스시의 인기 상승을 복돋워 주었다.

그 후로 스시 요리사들은 기본적인 '캘리포니아 롤'을 뛰어넘어 각양각색의 롤을 개발해 냈고 많은 식당들이 앞다퉈 자신들만의 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1988년과 1998년 사이 미국 내 스시바 수가 다섯배로 늘었다. 이제 스시와 '캘리포니아 롤'은 고급 일식집부터 점심이나 테이크아웃용 대중음식점, 백화점의 푸드코트는 물론, 크고 작은 파티메뉴로 대중화되면서 대형마켓의 캐더링 음식 코너까지 폭넓게 자리잡았다.

'인터내셔널 스시데이 (International Sushi Day)'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시대가 되면서 급기야 '인터내셔널 스시데이'까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국제 스시의 날' 혹은 '스시데이'로 불리는 이날은 페이스북(Facebook)의 '스시' 페이지 관리자에 인해 창설됐으며, 올해 6월 18일에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치루면서 대중에 공표됐다.

'스시데이'에 뜻을 함께 하는 참석자들은 이날 하루를 롤, 스시, 사시미 등 스시와 연관된 전통 일본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이날을 기념했다. 2009년 9월 10일 현재 이 페이지는 1백 30만명의 팬이 업데이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스시데이'를 기념하는 댓글이 수천개씩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페이스북 축제에는 '매일매일이 스시데이여야 하지만 모든 대단한 것들이 그렇듯 스시만의 날이 필요하다'는 슬로건이 내걸렸으며, 이날 최소의 임무로 '스시 먹기'를 회원들에게 독려했다. 그리고 이에 2만1천명이 넘는 회원들이 이 임무를 수행했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스시데이'가 지난 2006년 11월 1일 발족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페이스북을 통한 '6월 18일'의 기념행사가 '스시데이'를 대중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현지화된 레서피가 성공의 열쇠

스시는 태생적으로 미국화 또는 서구화되기에 쉽지 않은 요소를 다분히 지니고 있었다. 처음 마시타가 사용한 재료들은 미국인들이 거부감을 갖는 날생선 대신 아보카도, 오이, 맛살 등에 불과했지만, 이 단순한 변화로 대단한 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발전해온 스시는 이제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건강과 부와 고도의 문화적 교류'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인식을 굳혔다.

한국음식이 세계화 되려면 스시처럼 외국 사람들 입맛에 맞게 계발돼야 하고, 실험을 통해 원래 맛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맛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스시만큼 다양한 종류의 '커스터마이제이션'도 물론 필요하다.

처음에 스시나 '캘리포니아롤'은 부유층의 미각을 충족시키는 음식으로 인식됐지만, 이제 고급 음식에 대한 수요가 보편화되면서 자연스레 대중음식화 되고 있다. 또한 스시와 '캘리포니아 롤'을 구성하는 재료들은 음식이 지니고 있는 기능성과 건강한 음식에 대한 현대인의 욕구에도 적절히 부합한다.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 저염도… Low Food'에 대한 수요증가

고기와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미국인의 식습관에 대한 비관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최근 동양음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고염도 고콜레스테롤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심장병 발병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은 지역 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한 사람이 하루에 3.5온스의 생선을 먹고 있다고 한다.

고도의 영양을 함유하고 있는 생선과 불필요한 양념을 최소화하는 스시를 비롯한 동양음식에 대한 재조명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서 가벼운 점심으로 대표되는 빅맥이 540kcal인 반면 온전한 한끼 식사로 포만감을 주는 '캘리포니아 롤' 한 줄의 칼로리는 266kcal에 불과하다.

'김치피자, 어떠세요?'

우연의 일치일까. '캘리포니아 롤'이라는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운 메뉴가 미국에 등장해 급속히 퍼져 나간 시기가 1970년대부터 1980년대이다. 이때는 일본의 대표 브랜드 SONY가 명실상부하게 세계 전자제품의 일인자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선망이 한편으론 스시라는 일본 전통음식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 주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상 미국인들이 '익히지 않은 생선(raw fish)'과 찝찌름한 김(nori) 냄새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게 만들어다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불고기나 갈비, 김치, 고추장 등 한국적 미각에 대한 거리감도 그다지 두려울 것이 없지 않을까 싶다.

갈비타코, 불고기샐러드, 김치피자 등 미국 각처에서 시도되고 있는 재미있는 퓨전한식 메뉴들이 우리음식의 현지화 시도의 첫걸음일 수도 있겠다. '캘리포니아 롤'은 되고, '김치피자'는 안될 게 없지 않은가.

더구나 지금은 삼성, LG 등 SONY의 자리를 밀어내고 있는 한국 대표 브랜드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때인만큼 한국적인 것으로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인들 또 세계 현지인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의 음식을 전달해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로스앤젤레스 a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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