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락하는 필리핀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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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북부 바나우에에 사는 말론 타야반 씨는 논을 갖고 있지만 연간 소출은 그와 가족들이 고작 6주동안 먹을 수 있을 분량인 150㎏ 뿐이다.
평소에 그는 다른 논의 두렁을 보수하는 등의 노동 일을 해서 형편이 좋을 때는 한달에 3천페소(약 7만1천원)를 벌 수 있었지만, 불과 1년 전만 해도 2천200페소였던 한달 쌀값이 3천700페소로 오른 지금 그는 혼자 힘만으로 도저히 식구들을 먹여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 가디언 신문은 28일 인터넷판에서 쌀을 필두로 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타야반 씨를 비롯한 많은 필리핀 농민들은 자신들이 먹을 쌀조차 제대로 기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필리핀 농촌의 젊은이들의 도시 이주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는 농촌 노동인구의 고령화와 부실한 농지 관리, 그로 인한 쌀 생산량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우려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미 세계 최대의 쌀 수입국이 된 필리핀에서 현재 9천100만명인 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연간 2%씩 증가하고 있다.
필리핀은 올해 270만t의 쌀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지만 캄보니아나 베트남 등 다른 주요 쌀 생산국들은 자국민들에게 먼저 쌀을 유통시켜야 한다며 잇따라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부족 때문에 아버지가 독재자에게 정권을 내주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저소득층이 한번에 3㎏씩 값싼 쌀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농지의 용도 변경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식량난 타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2천년 전부터 농경지로 개발돼 온 바나우에에서는 미취학 어린이 2천524명 가운데 137명이 영양실조 상태일 정도로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의 농업 전문가들은 다른 필리핀 농촌에서처럼 주민들이 농업보다 관광업 같은 서비스업에 눈길을 돌린다는 점, 낙후된 기반 시설, 인구 고령화 같은 다양한 원인들이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맞물려 바나우에 농민들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일종의 경고로 여겨야 하고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태풍이나 폭우 같은 자연 재해가 닥치면 정말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식량시장 안정은 물론 식량 증산이나 인구 증가 억제 같은 다양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료원 : 싱가포르 aT (필리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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