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이탈리아 비즈니스문화 - 양국간 크게 달라
조회1807독일과 이탈리아는 같은 유럽이지만 비즈니스가 다르다. 이웃나라이면서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너무 다르듯 스위스를 사이에 둔 두 나라는 너무 다르다. 우리업체가 모든 유럽 기업을 똑같이 상대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컨테이너선과 쾌속정
독일과 이탈리아의 비즈니스문화는 컨테이너선과 쾌속정에 비유할 수 있다. 한쪽은 꾸준하고 묵직한 일관성을, 다른 한쪽은 신속하고 가벼운 융통성을 나타낸다. 독일의 우직함, 이탈리아의 유연함을 비교하는 말이다. 이탈리아 업체들은 단기적·충동적·유동적인 비즈니스 태도를, 독일업체들은 모험을 싫어하고 장기적 목표에 따라 움직인다. 일관된 비즈니스 태도를 갖고 있다. 독일의 꾸준함은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융통성의 부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탈리아 쾌속정의 선장은 혼자이다. 선장 혼자서 결정한다. 독일의 선장은 여러 명이다. 여럿이 함께 결정하기 때문에 좋은 결론이 나오긴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흠이다. 이탈리아 선장은 결정이 빨라 좋긴 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하지 못해 잘못된 결정이 나올 수가 있다. 이탈리아 기업의 단점은 사장이 혼자 결정하므로 직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당연히 나중에 계획을 실행하는데 여럿이 함께 동참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갖게 된다. 독일기업에서는 중역진이 전부 모여 토론을 거쳐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탈리아인이 본 독일기업 독일기업에서는 경영자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이익도 고려된다. 독일의 주식회사에는 최고 결정기관으로 감독이사회가 있다. 이 기구에는 주주와 근로자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독일기업 특유의 지나친 근로자 경영참여를 불평하기도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염려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기업에 오래 근무한 한 이탈리아인의 경험에 의하면 독일의 이 제도는 언뜻 보면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에 큰 플러스가 된다는 것이다. 노사간 이해 및 합의에 따른 경영, 때로는 노사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협상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경영목적 달성에는 독일식 합의경영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근로자의 경영목표 달성의식도 경영자 못지않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베를린의 제약회사 쉐링에 오랫동안 근무했던이탈리아 사장 비타씨의 경험담이다.
독일인이 본 이탈리아기업
독일기업과 이탈리아기업과의 거래 시 답답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탈리아 사람은 처음 거래할 때 장사가 좀 될 듯하면 매우 적극적으로 나온다. 전원에 있는 별장으로 초대할 정도로 가까워졌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소식이 끊긴다. 전화 통화도 쉽지 않을 만큼 상대방 접촉이 어려워진다. 처음에 뜨겁게 시작한 관계가 식어버리는 것이다.
반면 독일기업과의 거래시 이런 일은 드물다. 서서히 가까워지고 한번 맺어진 관계는 오랫동안 유지된다. 이탈리아 사람은 개인주의적이다. 역사적으로 파란만장의 변화, 외세의 지배를 크게 받아보지 않은 것도 이러한 개인주의가 형성된 이유인 듯하다. 원래 로마시대의 기초가 됐던 공익정신이 점차 시간이 갈수록 변화해 가족주의로 바뀐다. 오늘날 이탈리아의 자기중심적 가족주의는 이탈리아사회의 중심적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외국인에 대한 태도도 이탈리아 특유의 모양이 있다. 처음 만날 때 친절하게 호기심을 갖고 대하지만 내심 관찰을 늦추지 않는다. 거래 상대방을 처음 대할때 매우 현실적으로 관찰한다. 막연한 환상은 갖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탈리아인
이탈리아사람은 처음 만날 때 단기적이고, 확실한 결과를 기대하려고 한다. 자기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이 오게 될 지를 계산한다. 따라서 이탈리아인과 거래할 때 메시지를 가급적 개인적 차원으로 바꿔 전달해야 한다. 막연하게 장래에 어떻게 될 것이다라는 장기적 비젼은 별 설득력이 없다. 상대방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려면 개인차원의 안경을 끼고 관찰해야 한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이탈리아사람은 독일적 정신, 환상, 꿈 등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만일 이탈리아 파트너가 대답을 복잡하게 하거나 핵심을 피하고 주변을 맴도는 태도를 보이면 이는 부정적인 대답으로 보아야 한다. 꽃으로 장식한 화려한 대답도 역시 부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불편함을 느끼거나 상대방의 생각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 이탈리아인들이 보이는 대응방식이다. 말로 표현은 않더라도 그 뒤에 있는 생각을 파악하려고 부지런히 머리를 돌리는 것이 이탈리아 사람의 태도이다. 분명하게 대답을 하지 않아서 상호간의 이해가 어렵다. 기업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영자의 가장 큰 애로의 하나가 기업내 커뮤니케이션 문제이다.
이는 이탈리아에 대기업이 별로 없고 중소규모 기업이 많은 이유와 무관치 않다. 경영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기 의지를 충분히 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기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탈리아에는 중소규모의 가족기업이 많다. 가족끼리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처럼 종신고용이 일반화돼 있다. 대우가 더 좋은 다른사람의 회사보다는 믿고 의사소통이 원활한 가족회사가 훨씬 좋은 것이다.
비록 표면상으로는 친절하고 흥미있는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자기소속 구성원이 아닌 타인을 대할 때는 의혹을 갖고 대한다. 소개의 중요성 이탈리아인이 모르는 사람과 거래시는 소개 또는 추천을 통하는 것이 보통이다. 느닷없는 만남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고 예측가능한 만남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업거래를 트기 위해서는 신뢰관계 구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우정, 가족 구성원화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쪽으로 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심하다.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북쪽 밀라노보다 남쪽 로마 쪽으로 갈수록 심하다.
전반적으로 이탈리아 사람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공간도 인정해 준다. 이탈리아사람들은 대화시 독일사람들이 흔히 쓰는 부정적인 표현들, 즉 "당신과는 아무래도...,", "당신 .. 해본적은 없지요?" 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거리감을 유지한다. 물론 상대방에게도 이러한 태도를 기대한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들어있는 이탈리아 비즈니스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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