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곁으로” 대대적 광고
수입농산물이 어느 틈엔가 우리의 일상사가 되고 있다. 발빠른 현지화와 마케팅 공세로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세계화 시대에 별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유통업체들도 마진이 큰 수입농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우리 농산물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수입농산물의 국내시장 잠식실태와 우리농산물의 활로 등을 짚어본다.
국내에 유통되는 농산물 브랜드 중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는 무엇일까. 정답은 수입농산물 브랜드다. 방송광고와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특히 뉴질랜드키위 브랜드인 ‘제스프리’는 주기적인 방송광고와 이벤트를 통해 국내시장 잠식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제스프리 한국지사의 경우 주력상품인 골드키위 홍보를 위해 2003년 골드키위 총 판매액(210만달러)의 약 30%(80만달러)를 마케팅 예산으로 사용했다. 이익은커녕 손해를 감수한 엄청난 마케팅 공세를 퍼부었고, 2005년 골드키위 총 판매액이 1,400만달러라는 엄청난 황금알을 낳았다. 2004년부터는 제주지역 농가와 계약재배함으로써 상당수 소비자들이 제스프리키위를 국내산으로 오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칠레포도는 대대적인 시식행사와 이벤트 공세에 이어 올 들어서는 버스 광고까지 추진하고 있고, 델몬트·돌·썬키스트 등 메이저 수입브랜드도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의 태도 변화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IMF 직후만 해도 대형마트들이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최소한의 수입농산물을 취급했지만 요즘은 다르다”며 “돈되는 건 뭐든지 취급하는 양상이고, 국내산보다 마진이 큰 수입농산물을 선호한다”고 털어놓았다.
대형마트가 한술 더 뜬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단순히 수입업체로부터 납품받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직수입하거나 항공수입을 통해 프리미엄급 수입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 또 자체브랜드(PB)를 붙여 수입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수입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크게 감소시킨다는 것.
한 유통전문가는 “최종 소비처인 대형마트가 직수입하면 유통마진이 줄어 판매가격이 낮아지고, 덩달아 소비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면서 “수입농산물의 최대 단점이 안전성인데 대형마트 판매 수입농산물은 안전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덜 가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지화를 위한 한글표기는 점입가경이다. 대부분 한글브랜드를 부착해 유통되는 가운데 상당수 수입브랜드들이 국내산으로 오인할 만한 애매한 표현을 일삼고 있어서다.
중국산 당근이 가장 심한데 ‘우리·신선·힘센·황토·홍’ 등의 표현은 기본이고, ‘장보고당근’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위대한 우리 조상의 이름이 중국산 당근 브랜드로 둔갑된 것이다. 중국산 곶감 중에서는 ‘고향의 맛’이라는 표현까지 나오지만 단속의 손길은 요원하다.
수입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지간한 대형마트에서는 수입 냉동채소와 냉동과일을 판매하고 있고, 요즘은 서울의 지하철 내 매점에서까지 열대 건과일이 판매되는 지경이다. 이러한 시장공세의 결과는 무서울 정도의 시장 잠식이다.
채소류와 과실류의 수입실적은 지난 2000년 1억8,700만달러, 3억4,900만달러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억달러, 7억1,300만달러로 6년 만에 두배 이상 급증했다. 품목별로 보면 신선포도 수입량은 1996년 2,402t이던 것이 10년 만인 지난해 1만7,291t으로 급증했고, 당근은 1995년 262t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엔 7만9,210t이나 수입됐다.
- 출 처 :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