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공 사업이 뜨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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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에 고깃국.’ 식량 구하기가 어려웠던 시절 호식(好食)을 상징하던 대표적인 말이다. 그러나 쌀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고, 여기에 수입쌀까지 넘쳐나면서 국산쌀은 수요처를 찾지 못해 저장창고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쌀이 넘쳐나자 정부는 다양한 수요 정책을 내놓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쌀 판매를 위해 적극 나서면서 ‘쌀의 반란’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산더미처럼 쌓이는 재고 처리와 적절한 수익 실현이라는 민·관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쌀가공 사업이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정부는 쌀가공산업육성지원사업, 수입쌀할인공급시범사업 등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쌀가공 사업 육성에 나섰다. 한식 세계화 정책에서도 고급 쌀로 만든 떡과 전통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쌀 소비 촉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정부 움직임에 발맞춰 민간사업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급증하는가 하면 지자체에선 막걸리를 비롯해 쌀가공 업체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가히 ‘쌀의 반란’이라고 할 만하다. 왜 이처럼 요즘 쌀이 관심을 받는 것일까. 그 이유를 5가지 측면에서 조명했다. 더군다나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쌀 재고량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한 사람당 연간 쌀 소비량은 80년 132㎏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75.8㎏까지 떨어졌다. 젊은층 위주로 식생활의 서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쌀 소비량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량이 줄면서 가공용 수입쌀 재고는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실제 2005년 창고에 보관된 재고량은 504톤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69톤으로 늘어났다. 2014년 수입쌀 재고량은 1808톤으로 불어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본다. 수입쌀이 이처럼 넘치다 보니 처치 곤란이다. 그래서 정부는 쌀가공 산업 활성화 대책을 세웠다. 쌀을 그냥 먹는 것보다 가공해 먹으면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밥은 안 먹지만 쌀가공식품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 국내 가공용 쌀 소비는 99년 통일미 공급 중단으로 2001년 6만7000톤까지 줄었으나 수입쌀 증가로 2007년 다시 10만톤 가까이 늘어났다. 현재 가공용 수입쌀은 중국산 단립종과 미국산 중립종, 태국산 장립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국가별 수입 물량은 지난해 기준 중국산이 13만2000톤(55%)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미국산이 6만2000톤, 태국산이 4만9000톤으로 뒤를 이었다. 가공용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쌀가공 공장 설립 요건 완화다. 기존에는 면적이 100㎡(33평) 이상 돼야 쌀가공 제조시설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이하에서도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쌀가공 업체 수는 올해 급증했다. 6월 4일 기준 한국쌀가공식품협회에 등록된 쌀가공식품 업체는 638개다. 지난해 12월 554개 업체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 만에 84곳이 더 늘어났다. 2004년 610개로 정점을 찍은 쌀가공 업체 수는 매년 감소해 2006년 554개, 2007년 556개, 2008년 554개로 정체하는 추세였다. |
시판용 밥쌀의 경우에도 수입산은 국내산 저가미 도매가격 대비 82.9~84.1% 수준으로 낮다. 예를 들어 지난해 중국산 1등급 시판용 밥쌀 가격은 20㎏ 한 포당 3만4500원이었으나 같은 크기의 국내산 가격은 4만1000원이었다. 원가가 저렴한 만큼 잘 만들면 부가가치도 크다. 일례로 수입쌀로 떡볶이를 만들어 팔 경우 부가가치가 약 20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1kg(656원)을 떡볶이 제조식품으로 판매할 경우 1만3200원인 것으로 밝혔다. 특히 지난해 국제 곡물값이 크게 오르면서 정부는 올해 쌀·면류 수입쌀할인공급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쌀제품이 밀제품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가공용 수입쌀 공급가격을 밀가루 가격 수준으로 낮춰 공급한 것. 쌀 함량이 15% 이상인 쌀·면류를 생산하고, 월간 쌀 소비 능력이 10톤 이상 되는 가공 업체를 대상으로 백미 기준 공급가격을 1kg당 355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정상적인 공급가격 655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국제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면서 쌀 수요를 부추기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식품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고급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쌀제품 생산을 더욱 선호하게 됐다. |
최중경 전남도 투자유치과 수도권 TFT팀장은 “전라도의 주 생산품이 농산물이다 보니 가공해서 팔지 않으면 부가가치가 낮아 경쟁력이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합치면 한 기업당 최대 100억원의 무상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미 2007년 서울의 대선제분을 함평에 유치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0월 처음 공장을 가동한 대선제분은 국내 유일의 쌀 제분 업체다. 대선제분은 292억원을 투자해 연간 2만4000톤의 원료로 하루 80톤의 쌀 및 콩을 제분할 수 있는 첨단 생산라인 3개를 갖추게 됐다. 여기에 부응해 전남도는 약 18억원의 금액을 지원했고 함평공장을 ‘전남 쌀가공 공장’으로 지정했다. 쌀가루 원료로 전남도에서 생산되는 쌀만을 사용하고 쌀가공 및 식품 개발, 기술 지원 등을 해주기로 했다. 최근에는 쌀 전분을 원료로 가공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2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김범수 전남도 수도권 이전기업 TFT팀장은 “제2공장 설립으로 약 120명의 고용 창출과 연간 560억원의 농산물 판매 소득이 기대된다”며 “전라도가 친환경농산물로 유명하기 때문에 쌀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가공할 수 있는 업체를 꾸준히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1월부터 기업 1000개 유치 운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투자 423건 양해각서(MOU) 198건을 이끌어냈다. 쌀가공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도 커졌다. 올해 정부는 쌀가공산업육성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육성지원금 60억원을 책정했다. 연간 쌀 사용 실적이 10톤 이상인 업체를 대상으로 연리 3%로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융자했다. 이주영 농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서기관은 “전국적으로 수천개의 쌀 브랜드가 난립해 있다 보니 과거 품질 간 차별성도 떨어지고 소비자들도 헷갈려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대회를 개최한 뒤부터 브랜드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높아지고 쌀 품질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까지 시·군 단위 대표 브랜드쌀 10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12개 브랜드쌀에 선정되기 위해 각 지자체는 치열한 품질 경쟁을 펼친다. 전라남도 해남 옥천의 ‘한눈에반한쌀’은 지금까지 6연패를 달성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우승한 셈. 박훈 옥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계장은 “품질관리를 위해 농가와 계약재배로만 생산되고 종자부터 마지막 포장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
가격도 다른 쌀보다 평균 2만~3만원 더 비싸다. 브랜드 효과는 크다.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 2006년 22억원, 2007년 60억원, 지난해에는 72억원을 벌어들였다. 쌀 단일 브랜드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원인5. 한식 세계화 바람 떡볶이·전통주 업체 반사이익 지난 5월 정부는 한식세계화추진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정부는 떡볶이와 전통주 개발을 활성화할 것을 지시했다. 두 식품 모두 쌀 소비 촉진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중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떡볶이 가맹점 문의가 늘어나고 전통주 업체들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는 중이다. 전통주 가운데 막걸리(탁주) 위상이 높아졌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웰빙술’로 주가가 높다. 막걸리는 지난해 일본, 미국 등 13개국에 약 442만달러가 수출됐다. 2007년(291만달러)보다 51.9% 급증했다. 시장 상황이 좋다 보니 정부는 막걸리 사업자를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막걸리 제조시설 기준 완화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세업체들도 막걸리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연내 주세법 시행령을 바꾼다는 계획.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의 막걸리 제조업체는 약 780곳(2008년 기준)이다. 기준 완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서 인기가 좋다고 중구난방 규제를 완화하다 보면 결국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막걸리에 대한 인기도 금방 식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쌀 소비 촉진 정책은 농촌 지역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정부는 농가와 상생하는 모델은 적극 권장한다. 업체 중에 국순당이 꼽힌다.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은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주류 전용 쌀 ‘설갱미’를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개발해 눈길을 모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충남, 충북, 경북 지역의 110여개 농가와 설갱미 재배 계약을 체결했다. 약 400만㎡의 재배면적에서 2500여톤의 설갱미를 생산했다.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설갱미를 국순당에서 생산하는 주요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은 “우리 쌀로 더 좋은 술을 생산할 수 있으니 회사와 농가에 서로 윈윈”이라며 “앞으로 기업의 전용곡식재배 방식을 농가에 안정된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역할모델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
수입쌀은 WTO 협상결과에 따라 2014년까지 관세화가 유예되며 대신 수입이 제한된다. MMA 쌀 국내 도입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구매를 담당한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수입쌀은 크게 가공용과 시판용 밥쌀로 나눠진다. 밥쌀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보관과 판매 등을 담당하고, 가공용 쌀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들여와 각 시도에서 실수요 업체에 직접 공급한다. 유통공사는 먼저 입찰공고를 내고 참여업체를 모집한다. 입찰은 전자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외 공급자는 직접 또는 국내 대형 업체를 통해 참여 가능하며 국외 공급자의 국내 대리점은 법인 1개사로 제한된다. 견본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 입찰상한가격 이내 최저가 응찰업체에 낙찰된다. 업체가 최종 결정되면 유통공사와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선적과 입항, 검역 과정을 거쳐 국내에 도입된다. 이때 농림부가 직접 관리하는 가공용 현미는 국내 도입 후 정부양곡보관창고로, 유통공사가 관리하는 시판용 쌀은 유통공사 비축창고로 각각 보내진다. 이후 시판용 쌀은 유통공사가 공매를 통해 처분한다. 반면 가공용 쌀은 한국쌀가공식품협회의 추천을 받아 각 시도에서 매입대상자를 지정하고, 배정량은 협회가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이다. 매입대상자 자격요건 또한 최근 기준이 완화돼 신규 참여가 늘고 있다. 한편 가공용 수입쌀은 현미 형태로 들여와 보관된다. 다만 일반에 공급될 때는 현미나 백미, 합성미로 가공해 제공된다. 지난해 가공용 수입쌀 총 공급량은 11만124톤으로 전체 수입 물량의 절반 수준이다. 품목별 공급량을 살펴보면 떡·면류가 6만5487톤(59.5%)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주류 2만48톤, 쌀가루 1만 509톤, 쌀과자 7252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
자료:new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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