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루마니아의 비즈니스 관행은 서유럽 비즈니스 관행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루마니아 사람들이 서유럽 사람들보다 친화력이 높다는 점이다. 첫 상담에서도 루마니아 인들은 특유의 친화력을 보이며 친절하게 접근한다. 특히 외국인에다 영어를 잘 구사하면 더욱 그렇다.
루마니아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악수로 상담을 시작하며 바이어가 여성인 경우 다른 동구 국가들처럼 손에 키스를 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비즈니스 상담에서 남녀 간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예의범절에 철저하다. 비즈니스 관행으로 말하면 규범과 절차를 지키려고 상당히 노력하는 편이다. 따라서 상담 시 명함을 지참하는 것은 필수고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명함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담에는 매우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접근한다. 물론 바이어마다 다르지만 라틴 민족의 특수성 때문에 상담 이후의 진행은 느긋한 편이다.
루마니아 바이어와 상담 시 이런 점에 유의하자
첫째, 루마니아 사람은 라틴 민족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라틴 민족인 루마니아 인들은 상황이 변하면 약속은 어길 수도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상담의 중요한 내용은 문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루마니아 업체의 신용도는 평가하기가 어렵다. 후진국의 특성상 객관적인 신용평가기관이 없고 GDP의 50%에 달하는 지하경제와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는 음성거래가 빈번해 거래 기업의 정확한 신용조사가 매우 어려운 상태다. 물론 상업 등기부를 통해 기업의 현황을 알아볼 수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장기적인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거나 크게 이윤이 남지 않는 거래라면 외상은 삼가는 것이 좋다.
셋째, 오랜 공산 체제하의 관습이 남아 있어 상하 개념이 철저하다. 규범과 절차를 매우 중요시 하기 때문에 상담 시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의 권위를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루마니아 하위 직원은 상담 시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는 반면 고위직일수록 큰 목소리로 상담을 하고 카운트오퍼를 신속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넷째, 가능하면 영어로 상담하는 것이 좋은 인상을 준다. 최근에는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바이어가 많아 영어로 상담 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영어를 구사하면 지식인층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영어 상담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만약 상대방이 영어가 서툴다면 루마니아 통역을 대동할 필요가 있다.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져 상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내색을 하지 않아 상담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다섯째, 조급해 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대기업 및 국영기업의 경우 의사결정 권한이 상층부에 집중되고 실무자의 권한은 크게 제약되어 있어 상담 진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들 기업과 상담을 할 때는 인내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 한편 민간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담의 진행은 빠르나 대부분 자금이 부족해 실질 구매와 연결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여섯째, 소량 주문이 일상화 되어 있다. 루마니아 바이어들이 한국 수입상들처럼 컨테이너 단위로 수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루마니아 바이어들은 대부분 카탈로그와 최소한의 거래량만을 주문해 루마니아 고객에게 홍보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의뢰받은 물건만 수입하는 경향이 있어 마치 주문 배달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루마니아 수입상들은 상담 과정에서는 많은 물량을 구매할 것 같은 태도로 접근하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자금 부족을 이유로 거래조건 완화를 요구하거나 구매량을 대폭 축소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일곱째, 외상거래를 선호한다. 기업의 자금 부족과 종전의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보편화되어 있던 관행 때문에 종종 외상거래를 요구한다. 수입상은 물론 수출상도 자금 부족으로 인한 생산의 어려움을 들어 30~40%의 선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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