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품정상회의 식품안전성 중시
조회731유럽 농식품업계가 품질을 화두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하나는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유럽사회에 극적인 방식으로 제기된 식품안전성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WTO 체제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개방화 속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EU의 농식품 업계가 자신의 경쟁력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농식품의 품질문제는 식품안전성 문제이자 동시에 시장경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4월 11일, 12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유럽식품정상회의(European Food Summit/www.mci-salons.fr/sae/france/index.htm)'가 열렸다. '소비자 신뢰를 위한 품질'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에는 EU를 비롯한 국제기구 대표들을 비롯해 EU 음료산업 연합회(CIAA, Confederation of the Drink Industries of the EU) 및 주요 농식품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으며, EU 농업생산자 단체연합 의장인 거드 손라이트너(Gerd Sonnleitner)씨와 앤 데이비슨(Ann Davison) 영국소비자협회 회장이 각각 농민과 소비자를 대표하여 주요 안건에 관한 토의에 참가했다. 유니레버의 안소니 버그만스(Antoney Burgmans)씨와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레마스(Peter Brabeck-Letmathe), 위타빅스의 리처드 조지 경(Sir Richard George), 크래프트의 로져 드로메디(Roger Deromedi) 등 유럽의 주요 식품다국적기업의 CEO들은 이들 기업들이 현재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품질정책들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EU 농업총국의 집행위원인 프란츠 휘슬러(Franz Fischler. 사진)씨가 '유럽의 공동농업정책은 품질의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관해 개막연설을 하였으며, EU 보건 및 소비자보호총국 집행위원인 데이빗 번(David Byrne)씨가 '품질 중심의 시장'에 관해 연설하였다. 프란츠 휘슬러씨는 연설을 통해 "EU 공동농업정책은 증산위주정책에서 품질정책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며, EU는 이러한 전환이 농민과 식품가공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공동농업정책의 개정방향을 보여주는 휘슬러씨의 연설문을 소개한다.
1. 농산품 품질이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이유
과거의 농업정책의 주된 목표는 생산성의 향상이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의 EU 공동농업정책의 수정안은 경쟁력, 식품안전성, 품질이라는 세가지 키워드에 EU 농정의 새로운 목표가 설정되고 있다. EU 농정의 전환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첫째, EU 농업정책이 공급중심에서 수요중심으로 전환되었다. 1970년대 중반까지 EU 농업정책은 식량의 자급자족을 우선시하는 공급중심의 정책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식량자급문제는 1970년대 초반에 이미 달성되었기 때문에, 그 후 농업정책은 자연스럽게 수요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전환은 농업생산자들과 정책관련자들로 하여금 생산과 정책결정에 있어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질 것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농산물 품질문제가 핵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둘째, 무역자유화의 확대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된 점이다. EU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이며, EU 농업이 수출을 통해 얻고 있는 이익은 매우 크다. EU 농민들의 역량이 강화된다면 농산물 무역에서 얻는 이익은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이익창출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며,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이 핵심이된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EU는 농산물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보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2. EU 공동농업정책(CAP)의 역할
EU 공동농업정책이 고품질 생산을 지원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농산물의 품질은 정치인이 아닌 소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EU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고려할 때 농산물의 품질을 단일한 기준에 의해 판단하려는 관점은 재고되어야 하며, 소비자들의 선호에 따라 모든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여 EU는, 첫째 식품안전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식품안전성이 문제가될 경우 농산품의 품질에 관한 논의는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EU는 식품안전성에 대한 표준을 제정하여 이 표준이 전 유럽에서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EU는 품질의 고유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산물 품질의 고유성에는 맛, 외양, 향, 생산방식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식품구매 시 농산물의 고유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EU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고유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EU는 농산물 품질인증과 관련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EU는 소비자들이 농산물 품질 등급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상표에 관한 규정’의 도입을 추진해야 하며, 이와 함께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농산물의 상표명과 관련해 원산지 표시보호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EU는 지역개발 정책의 초점을 농산물 품질향상에 맞추어야 한다. 농산물 생산자나 식품가공업자들이 고품질의 농식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투자가 필요하며, EU는 이러한 외부 투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EU는 시장개발과 농촌지역의 사회간접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3. 농업 생산부문과 농산물 가공부문의 협력
식품사슬 속의 각 주체들의 관계가 경쟁이 아닌 협력의 관계로 정착될 때, 고품질의 농산품 생산이 활성화 될 수 있다. 농민들과 식품업체, 소매상은 동일한 시장 속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협력함으로써,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 사이의 마찰을 보완해야 한다. 농민들은 소농 중심의 생산자 조합을 조직함으로써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러한 생산자조합은 식품회사의 효율적인 협력자가 될 수 있다.
또한,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와 같은 국제인증에 기초한 농산품 생산체계를 정비하여 고품질 농산물의 품질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증체계의 확립은 농산물의 고유성을 확보해 줄 뿐만 아니라, 전체 농산물 생산 및 가공과정을 투명하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생산에서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통하여 특정 농산물이 명확한 품질표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확신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식품사슬 상에 있는 모든 주체들간의 긴밀한 협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는 방법은 계약재배를 실시하는 것이다. 계약재배는 식품생산 과정의 통합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각 주체들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 또한, 이러한 통합과정을 통하여 각 주체들은 상표의 개발을 통하여 품질의 고유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제조상과 소매상은 특정 가격으로 적정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농민은 고품질 농산물을 통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고품질 관리와 계약재배는 현대의 농산물과 식품생산의 가장 효율적인 체계가 될 수 있다.
공급중심의 농업정책은 수요중심의 농업정책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 전환의 중심에는 농산물의 고품질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권자들이 식품안전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해야 하며, 고품질 생산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고품질 농산물과 식품의 가치 결정은 소비자들의 몫이며, 고품질을 보장해주는 것은 식품사슬상의 각 주체들의 긴밀한 협력이다. 농민들과 식품회사들이 협력한다면, 그 이익은 농민, 식품회사,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환원될 것이다.
자료 : EU RAPID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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