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포도주 분야 개혁 논의동향
조회851EU의 포도주 분야 개혁 논의동향
농림부 김종철(전 주EU 대표부 농무관)
1. 들어가는 말
"포도주" 하면 떠오르는 나라, 프랑스 사람들의 포도주에 대한 사랑과 자존심이 각별한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곁들이지 않은 식사를 "태양이 없는 하루"로 비유하겠으며, 식사 중에 물을 마시는 사람은 "개구리가 아니면 미국사람이다”하며 놀린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포도주 사랑이 꼭 프랑스인의 전유물은 아니며, 넓게 보면 대다수 유럽인의 생활에서 포도주 한 잔을 곁들인 식사와 축제, 연회가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포도주 사랑은 유럽인의 보편적 감정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가령 독일에는 "라인강물이 포도주라면, 나는 라인강의 물고기가 되리"라고 하는 말이 전해 온다고 한다. 옛적에 라인강변에 살던 엄청난 주당(酒黨)이 내뱉은 말이 독일인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역시 독일인들의 지극한 포도주 사랑을 보여주는 표현 아니겠는가.
로마시대 이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이 포도주를 많이 생산하고 많이 마시고 해외에 수출도 많이 해 왔기에 유럽대륙은 '포도주의 대륙’이라 불릴 정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럽 내의 포도주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미국·호주·칠레·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생산되는 이른바‘신세계 포도주(New world wine)'의 생산과 수출량이 늘면서 유럽산 포도주를 맹추격하고 있어 EU의 포도주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전 세계 연간 포도주 소비량은 대략 300억 병(750㎖ 기준) 정도이고, EU는 현재도 전 세계 포도주 생산 및 소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포도주협회(OIV)에 따르면,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독일·포르투갈 등 유럽 5대 포도주 수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 초만 해도 75.6%에 달했으나 2005년에는 62.1%(잠정치)로 떨어졌다. 대신 1980년대 초에 1.6%에 불과하던 신세계 포도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5.5%로 급증했다.
전통적 생산 방식을 고수해온 프랑스의 경우 최고급 포도주(Quality wine)에서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대접받는다. 하지만 중저가 포도주(Table wine)에서는 균일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신세계 포도주에 유럽산 포도주가 점차 시장을 내어주고 있다. 2004년에는 프랑스 포도주 수출이 5.8%(물량 기준) 감소했고, 2005년에도 1.9% 하락했다.
유럽 포도주업계를 어렵게 하는 더 근본적인 요인은 내수 위축인데,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비감소, 수입증가, 재고증대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올해 6월 EU 집행위원회는 포도주 분야 개혁방안을 발표하였다. 개혁안 발표를 즈음하여 마리안 피셔 뵐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EU 포도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 없이는‘신세계 포도주’에 점점 더 시장을 빼앗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EU 15개국 포도재배농가(159만4000호) 중 3분의 2는 저렴한 중저가 포도주(table wine)에 특화되어 있다. 생산량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EU의 구조조정은 특히 값싼 포도주를 생산하는 농가들을 겨냥한 대수술이어서 거센 반발과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양조용 포도주는 주로 석회질 토양의 비탈진 토지에서 주로 재배되며, 그래서 포도주 주산지는 농촌지역 중에서도 지형이 평탄하지 않아 포도를 대신할 마땅한 대체작목을 찾거나 농업 이외의 산업활동을 펼치기도 쉽지 않은 이른바 조건불리지역이 대부분이어서, 이처럼 대대적인 포도밭 폐원이 이루어질 경우 상당 수 포도주 주산지의 경제적, 사회적 기초를 어떻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가 개혁 논의를 시작하는 EU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2. EU 포도주 산업의 현주소
< 일반현황 >
EU는 단일경제권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갖고 있고, EU 포도주 분야는 유럽 농업(특히 수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분야이다. 최근년도 EU의 포도밭 면적은 3.4백만ha로서 전체 EU 경지면적의 2% 정도를 차지하며, 전체 25개 회원국중 14개국에서 포도주가 생산되고 있다. 생산액은 174억유로(EU-25 농업총생산액의 5.4%)에 달하여 유럽의 대표적 작물로 알려진 밀(6.6%)의 생산액에 버금가며, 지난해 진통 끝에 개혁방안이 확정된 설탕(1.7%)보다도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양조용 포도는 지형적 여건이 불리하여 대체작물이 거의 없는 조건불리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역설적으로 이와 같은 포도밭이 멋진 경관을 형성하여 관광자원으로서도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도주 주산지로 유명한 보르도 지방 등은 포도주 맛보기를 겸한 관광여행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포도주 생산량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매년 생산량의 변동이 심한데, 2004년의 경우 대략 중저가포도주(table wine) 100억리터, 최고급 포도주(quality wine) 75억리터 수준이 생산되었다.
포도주용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가 현재도 1.5백만호(EU-25 농가의 16%)에 달하고 있는데, 포도 재배농가는 평균 경지면적은 10ha, 그 중 포도재배면적은 3ha정도로서 다른 품목 농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EU 농가 호당 평균 경지면적은 17ha 내외).
포도밭은 지중해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스페인 32%, 프랑스 27%, 이태리 23%), 포도농가는 이태리, 포르투갈, 헝가리,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6개국에 92%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의 포도주 산업은 계속되는 소비감소 추세와 역내외 시장 잠식이라는 두 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중동구권 가입 이전 EU-15개국의 1984년 140억리터에 달하던 포도주 총 소비량은 2003년 120억리터까지 감소하였는데, 소비 감소 추세 속에서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중저가포도주(table wine) 소비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고품질 포도주(quality wine)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감소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1980년 이전에 이미 주요 포도주 생산국가의 소비량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에서 도시화, 요리시간, 식사 종류 등 생활방식의 변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졌고, 양보다는 질을 선호하는 경향이 심화되었으며, 맥주, 위스키를 비롯한 다른 주류·음료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절주를 권장하는 공중보건 정책이 적극적으로 진행된 것 등을 들 수 있다.
아무튼, 여전히 EU는 포도주 분야 세계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전 세계 포도주용 포도 재배 면적의 45% 정도를 차지하며 전 세계 포도주의 60% 정도 생산하고 전 세계 포도주 소비량의 60% 가까이 소비하는 포도주 주요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다.
EU의 농업경제에서 포도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떨까? 포도주는 주요 포도주 생산국의 농업 총생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2003년의 경우, 프랑스 및 룩셈부르크는 각각 10.3%, 이태리 9.3%, 오스트리아 9%, 포르투갈 8.3%, 스페인3.3%에 해당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포도주 주산지에서 포도주 산업은 농업 및 경제활동 전반에서 전국 평균으로 표현된 것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많은 지역에서 포도주 생산은 농업 총생산의 20-30%까지를 차지하기도 한다(Languedoc-Roussilon 지역의 경우 45% 이상).
유럽의 포도 재배는 회원국간, 지역간의 상이한 현실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포도 재배농가의 전문화 정도, 재배 면적, 품종 등의 차이뿐만 아니라, 지역별 양조관행도 다르며, 토질과의 연관성으로 인해 포도주 산업의 지역적 특성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EU에서는 포도밭이 재배지역 경관의 주요 구성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토양침식을 방지하며, 환경적으로 취약하고 실질적인 경제활동 대안이 부족한 지역에 사람이 주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에, 비료, 농약의 집약적 사용이나 농기계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도 인식되고 있다.
포도주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인 1975/76 유통년도부터 포도의 신규 식재 금지 및 폐원보상 조치가 실시된 이후 EU의 포도 재배 면적은 감소되었으며, 특히 1990년대 초반에는 면적 감소 속도가 더 빨랐는데, 1976년 4.5백만ha에 달하던 것이 매년 56,000ha(1.4%)씩 감소하여 1996년에는 3.4백만ha/까지 감소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특히 1999년 공동시장제도 개혁 이후(2000/2001 유통년도부터 적용) 감소 속도가 둔화되었다. 1999 개혁은 51,000ha에 대한 신규 식재권 배분을 허용하였으며, 시행 3년만에 이 중 2/3 가까이 배분되었고, 아울러, 2004년 중동구권 신규 회원국 가입으로 인해 포도 재배면적 105,000ha(3%)가 추가됨으로써, 현재 EU-25의 포도 재배면적은 3.4백만ha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생산 >
EU는 세계 최대 포도주 생산 지역으로서, 2000년 이후 5년간 포도주 생산량은 151∼183억리터 사이에서 변동하고 있으며, 포도주 생산은 부분적으로는 생산조건의 변화, 또한 경작관행으로 인해 생산량이 연도별로 현격하게 변화하는 것이 특징인데, 생산량 변동 추이에서 이러한 연도별 변화를 소거하더라도 포도주 생산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전반기에 190억리터에 달하였던 연평균 생산량이 1990년대에는 160억리터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2000년 이후에는 수확량이 극히 불규칙하기는 하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00/2001 ∼2004/2005 유통년도 5개년 평균과 신규회원국의 생산능력(7억리터, 생산량의 4%)을 감안하면, EU-25의 포도주 생산량은 178억리터에 달할 전망이다.
포도주 생산량의 감소는 주로 포도 재배면적 감소로 인한 것이며, EU의 각종 규제에 규정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1977-2000년간 그다지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ha당 4,000리터 → 4,700리터로 증가하였으며, 1996년부터 ha당 66리터 증가).
< 소비 >
2002년 EU-15의 포도주 소비는 약 127억리터로서, 1인당 연간 34리터가 약간 넘는 수준을 타나내고 있으며, 중동구권 신규가입으로 EU는 전 세계 포도주 소비량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EU 회원국간에는 소비량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 주요 생산국인 프랑스와 이태리의 1인당 연간 포도주 소비량은 EU 평균의 두 배를 넘거나 두 배에 가까운 수준(프랑스 57리터, 이태리 48리터)을 보이고 있다.
EU 전체의 지난 20년간 포도주 소비는 감소해 왔으나, 이는 포도주의 종류와 회원국에 따라 나타난 상이한 변화 추세가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포도주 소비량 감소 추세는 1인당 소비량이 많은 주요 생산국(프랑스와 이태리)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났는데, 지난 20년간 1인당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포도주를 생산하지 않는 회원국에서는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거나 정체상태를 보였는데, 이것이 주요 생산국의 소비 감소 추세를 상쇄하지는 못하였기에 결과적으로 EU 전체의 소비량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소비량 감소는 특히 중저가포도주(table wine)에 심하게 영향을 미쳤으며, 최고급 포도주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 일반포도주 시장을 잠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총 포도주 소비량은 1984년 140억리터에서 2003년 120억리터까지 감소하였는데, 이 중 중저가 포도주 소비량은 1984년 100억리터에 가깝던 것이 2003년 60억리터까지 감소한 반면, 고급포도주 소비량은 1984년 40억리터 미만에서 2003년 60억리터에 근접하였다.
< 교역 >
2000-2003년 기간중 연평균 EU는 12.5억리터 이상(2000/03 14억리터)의 포도주를 수출하여(45억유로), 포도주 주요 수출국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EU 전체 음료 수출의 34%). 주요 수출대상국가는 미국, 스위스, 카나다, 일본이며, 수출되는 포도주의 대부분(2002/2003 유통년도의 경우 82% 이상)은 수출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고 수출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주요 수출국가는 이태리(전체물량의 35%), 프랑스(30%), 스페인(21%)이나, 수출단가의 차이로 인해, 수출액면에서는 프랑스가 51%로 이태리(30%), 스페인(10%)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EU는 2000년이래 매년 9억리터의 포도주를 수입하고 있는 주요 수입국이기도 한데(2000/03년 연평균 25억유로, 12억리터 수입), 주요 공급국가는 호주, 남아공, 칠레, 미국이며, 지난 10년간 수입이 열 배 정도 늘어났다. 수입이 늘어난 원인으로 북유럽 회원국의 소비 증가(특히, EU 포도주 수입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영국), 신대륙 국가의 생산증가 및 공세적 무역정책, UR협상에 따른 시장개방 등이 꼽힌다.
전체적으로는 포도주 무역흑자가 20억유로에 달하며, 포도주 수출을 통해 얻어지는 수입(收入)은 전체 EU 수출 수입의 0.4%를 차지한다.
EU-15의 포도주 수급상황은 1993/94년까지 상당 수준의 구조적 과잉 존재, 1994/95, 1995/96년의 일시적 수급 개선, 그 이후 1999년 및 2000년의 대풍작 이후부터 수급상황 악화 추세 지속이라는 흐름이 이루어져왔으며, 2002년 및 2003년 흉작에도 불구하고 포도주 재고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04년의 기록적 풍작과 수입 증가로 인해 당분간은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3. EU 포도주 분야 개혁방안 논의 동향
앞서 살펴본 대로, EU의 포도주 분야는 역내 소비가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산 포도주와 점차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간 약 22억리터(생산량의 15%, 750ml 들이 약 30억병)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 하락이 촉발되고 이로 인해 농가소득 확보에 어려움이 나타나는 등, 개방경제하에서 우리나라 주요 농산물이 겪고 있는 것과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EU 전체 포도주 시장에 적용되며 포도주의 정의, 가공, 유통 관련 규제 및 정책지원을 포괄한 공동시장제도(Common Market Organization)가 지난 1970년에 최초로 수립되어 수 차례 개정되었는데, EU 집행위원회는 현행 공동시장제도상의 정책수단들이 국가간 경쟁이 날로 심화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포도 재배 농가, 포도주 생산자, 유통업자들이 제대로 대응하도록 유도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포도주 공동시장제도는 포괄적이지만 복잡한 일단의 정책수단을 포함하고 있다. 생산잠재력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수단에는 식재권(planting rights) 제한, 항구적 폐원(grubbing-up)과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품종전환을 포함한 구조개선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신규식재 금지를 포함한 식재권 제한은 2010. 7. 31까지 유효하다.
역내시장조치에는 가격하락을 막기 위한 과잉 포도주의 긴급증류, 다목적포도(dual purpose grapes)를 원료로 생산된 포도주의 증류와 같은 전통적 개입장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포도의 과잉압착을 줄이고 포도주 품질을 높이기 위해, 포도주 양조의 부산물로 남은 찌꺼기 포도주(lees and marc)는 의무적으로 증류하는 규정이 있다. 아울러, 일반포도주를 증류업계에서 사용(코냑 제조등)할 수 있도록 음용 알코올(potable alcohol)로 전환하기 위한 증류가 있으며, 이는 일부 음용 알코올 시장을 포도주의 전통적인 판매처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교란 방지 차원에서 포도주와 포도즙(grape must)을 임시적으로 저장하는 데 대한 보조금도 지급되고 있으며, 포도즙의 당도를 높이거나(enrich) 주스로 전환하는 것을 권장하기 위해서도 보조금이 지급된다. 공동시장제도에는 관세, 수출보조금, 수입허가 등 전통적인 무역관련 조치도 포함되어 있고, 다른 대부분 분야의 공동시장제도와 달리, 포도주 분야 공동시장제도는 소비자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품질 표준을 확보해 주기 위한 정의, 최고급포도주, 중저가포도주, 지리적 표시, 포도주 양조 관행, 표시제도 등을 완전히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도주 산업분야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22 포도주 분야 개혁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개혁방안은 포도주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하되, 기본적으로는 지난 2003년에 합의된 이른바 중간평가개혁과 그 후속개혁의 연장선상에서 농업분야 지원제도의 시장 및 무역왜곡효과를 줄이고 시장지향성을 높이는 방향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집행위 초안은 현행제도 유지, 규제 완전 철폐, 보조금 지급과 생산과의 연계 단절(decoupling) 등의 대안으로는 현재 포도주 분야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제한 후, 포도주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이라며 아래와 같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개혁방안은 대대적인 폐원(총 340만ha중 40만ha)을 통한 구조조정, 증류에 대한 보조금 등 대부분의 시장가격 지지제도 폐지, 포도주 주조 관행 및 표시 관련 규정의 단순화 및 융통성 부여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개혁방안은 포도주 과잉재고 응급처리를 위해 도입된 긴급증류 지원제도(crisis distillation)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예외적인 조치가 아니라 최근 6년중 4년에 걸쳐 취해짐으로써 점차 항구적인 조치가 되어가고 있음을 문제삼고, 향후 포도주 분야 정책은 비용 대비 효과성이 높고(cost effective) 재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방향으로 입안되어야 전제하면서, 앞으로 긴급증류 지원제도를 없앨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개혁방안은 두 가지 변형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두 대안중 상대적으로 덜 급진적인 2단계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는 대안을 보면, 1단계에서는 폐원을 통한 시장 수급균형 회복에 주력하고 2단계에서는 식재권 제한 폐지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 폐원보상 제도를 일시적으로 재가동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식재권 제한 규정은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2013년에 철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경쟁력이 가장 낮은 포도주 생산자일수록 식재권을 판매할 강한 유인을 갖게 될 것이며, 경쟁력있는 생산자의 경우 이제는 더 이상 식재권을 사들이는 높은 비용으로 인해 농장 확대가 저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 기업(농장)의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폐원보상 보조금 수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집행위원회는 퇴출의 유인으로 작용할 만큼 매력적인 수준으로 설정하되, 초기년도에 집중적으로 폐원이 이루어지도록 연차별로 수준을 낮춰나갈 것이라고 하면서, 5년간 24억유로를 지원하여 40만ha를 폐원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폐원을 통해 시장 수급균형 회복에 기여한 회원국들에게는 격려 차원에서 회원국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Member state envelope)을 폐원한 면적에 비례하여 배분한다는 구상이다.
포도주 품질 및 표시와 관련해서도, 품질 관련 규제의 틀을 국제규범(특히 TRIPs)에 보다 더 합치하도록 EU의 규정을 상당 수준 수정하고, 포도주 분야 공동시장 제도 내에 포함된 포도주 품질 관련 조항을 지리적 표시에 대한 일반적인 품질 관련 규정과 일치시킨다는 구상이다.
포도주 양조 관행과 관련해서도, EU 외의 국가에서 용인된 양조관행을 보다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방법을 개선하고, 수입산 포도즙으로 포도주를 만들 수 없게 한 규정과 EU 포도주와 제 3국 포도주의 혼합을 금지한 규정을 철폐하는 등 EU내 포도주 생산자들이 외국의 포도주 생산자들과 보다 쉽게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을 형성한다는 구상이다.
집행위원회는 포도주 분야에 할당되는 예산을 증액하거나 삭감할 의도는 없으며, 기존의 예산(매년 12-14억유로)을 활용하여 개혁방안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6월말에 개혁안이 발표된 후 7월에 월례 EU 농업장관회의에서만 비로소 공식적인 토론이 한 차례 이루어졌을 뿐이므로, 현재까지 포도주 분야 개혁안에 대한 이해관계집단의 구체적인 반응이 세세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포도주 생산농민이나 포도주 주산지에서는 개혁안 발표 직후 이미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었으며, 특히 유럽농민단체 연합회인 COPA-COGECA는 성명서를 통해 집행위 제안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하고, EU의 포도원을 줄여봐야 그만큼 신세계 포도주의 수입만 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재원도 추가 확보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개혁안 채택 여부는 결국 회원국 장관들간 표결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회원국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7월 농업장관회의에서 포도주 분야의 수급상황이 심각하므로 개혁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에는 모든 회원국들이 공감했지만,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같은 주요 포도주 생산국은 일단 구조조정 규모가 너무 크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영국을 위시한 포도주 비생산 국가들로서는 아까운 EU의 재원을 마시지도 못하는 포도주를 사서 공업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용하는 데 대해 예전부터 심각한 불만을 표시해 왔으므로, 향후 논의 과정에서 개혁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최종적인 결론이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일부 농민단체 관계자 중에는 자기네들이야 반대할 수밖에 없지만, 최종적으로는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핵심원칙을 중심으로 최종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합의시기는 이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가 그다지 크지 않고 조정능력이 탁월한 독일이 EU 이사회 의장국을 맡는 2007년 상반기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 등을 중심으로 지중해 지역 국가들이 강력하게 저항을 하겠지만, EU 특유의 절충과 타협이라는 정치과정을 통해서 타협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향후 2007년말까지 EU 농정분야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자료:농림부
'EU의 포도주 분야 개혁 논의동향' 저작물은 "공공누리 4유형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