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시장 정체 중 신흥시장 선전
일본의 외식시장은 94년 이후 감소·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2006년 외식산업 시장규모는 24조3000억 엔으로 97년 대비 4조8000억 엔 감소했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이나 백화점 매출규모의 1.5배에 해당하는 큰 시장으로 여전히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체 외식산업 시장 규모 중 영업급식이 15조 엔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일반음식점이 12조 엔으로 구체적으로 레스토랑이 8조7000억 엔, 스시점이 1조3000억 엔, 소바 및 우동점이 1조600억 엔, 기타 음식점이 1조2000억 엔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고객 1인당 판매액과 매출액의 연 평균 성장률은 약 100%로 정체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일본 외식업계가 최근 몇 년간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데는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 등 악화된 경영환경의 위협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동경시내 아르바이트의 시급 최저가가 1000엔에 이르는 등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이 상당하며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 강화는 교외형 이자까야 점포의 매출 하락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 고령화로 외식업의 주요 소비 고객층인 20~30대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장기적인 수요 하락이 예견되고 있으며 2005년 외식업에 원산지 표시제가 도입되면서 고객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도 수요 하락의 한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에서도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신흥 외식분야의 잠재 성장 가능성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일본의 2008년도 외식 소비 트렌드는 크게 △식생활 외주 의존도 증가 △고령화 △건강?안전 지향 △여가활동 증가 △가격 상승 등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실버마켓 등 다양한 신시장을 발굴할 수 있는 외식 사업 기회의 폭이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또 질적인 면에서는 안전한 식자재 등을 선호하고 품질 향상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보다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그림2 참조)
이 같은 트렌드로 인한 대표적인 사례가 가정대용식과 배달시장의 성장이다. 반조리식 및 HMR을 취급하는 중식 시장은 99년도 5조8000억 엔에서 2002년도 6조900억 엔으로 늘어났으며 배달시장에서는 고급코스요리까지 배달하는 등 폭이 넓어지고 있다.
또 핵가족화 등으로 고객의 유형이 다변화 되면서 다양한 컨셉의 외식시장도 환영받고 있다. 예를 들어 핵가족에게는 3~4000엔으로 4~5개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노년층에는 2000엔으로 술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야채요리 전문점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 치열한 경쟁 속 생존전략 이어져
한편으로는 성장이 정체된 시장의 과열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인하 전략, 외식업계 M&A 등 고도의 생존전략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최근 일본 외식 시장의 큰 특징이다.
가격인하 전략은 원재료 가격 상승, 고유가 등으로 외식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교외형 대형 외식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주택가 인근 편의점과 도시락점 등의 인기가 높아지는 등 저가형 식료품의 인기가 높아진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데니스’는 버려지는 야채의 양을 줄여서 5%의 가격을 인하했으며 일식 패밀리 레스토랑 ‘오토야’는 정식에 나오는 야채 메뉴 줄이고 고기종류를 일부 변경, 100엔의 가격을 하락한 결과 10%의 방문객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또 2006년 외식업계의 M&A 건수는 총 93건으로 1997년에 비해 횟수로는 10배, 금액으로는 100배 수준의 증가를 보였다. 극심한 경쟁으로 경영난이 발생했으며 오너가 운영하는 외식기업의 경우 경영 후계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기업 인수합병은 사업의 업태를 다양화하고 지역 상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식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규모의 경제에 의한 비용절감이 주목적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아울러 외식 마케팅도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공동마케팅·제휴마케팅 실시, 외식전문빌딩 구성 등 좀 더 효율성 있는 마케팅을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2007년 2월 시나가와역 인근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등 45개 점포가 참여한 도쿄 레스토랑 겨울 페스티벌과 지방 식당가의 거리 정비 및 지방 식재 사용으로 만든 메뉴 공유, 판촉물 공동제작·배포 등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공동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다.
비슷한 컨셉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건물에 입점해 건물 전체를 외식빌딩화하는 외식전문빌딩도 탄생했는데 공동마케팅과 식자재 구매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동경의 ‘SWALLOWW”S NEST SHIBAURA’이 대표적으로 외식 점포를 다수 운영하는 스튜디오 나가레가 뜻 맞는 소규모 사업자를 모아 구성한 프로젝트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외식 점포에 대량의 샘플을 제공, 소비자가 시식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제휴마케팅은 제품 생산 업체에게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타깃 고객을 골라 홍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외식 점포도 음식 외의 제품을 덤으로 제공해 고객을 유치 할 수 있어 성공적인 WIN-WIN 마케팅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주류전문브랜드 ‘산토리’가 식사 중에 마시면 지방흡수 억제하는 기능성 음료를 개발, 일본 전역 300여 개 라면전문점에 샘플을 제공했으며 동경 신바시의 ‘아키텍트카페’가 쇼룸을 만들어 카페를 찾는 고객에게 제품 홍보와 함께 여행을 테마로 한 음식 이외의 여행제품과 인테리어 가구, 건강기기 등을 전시하는 식이다.
새로운 형태의 외식산업도 등장했는데 동경 시부야 거리의 ‘코라보카페’는 주방기기와 조리기구, 식기, 음향기기 등 기본시설 갖춘 점포를 시간대별로 대여해주는 카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기업형 외식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배달시장 참여하면서 배달시장도 활성화 됐다. 야끼도리 전문 이자까야는 음주운전금지 강화법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외부에서 술을 마시기 어려운 애주가를 위해 안주용 메뉴를 가정까지 배달해주며 카레하우스 GOGO는 독신과 학생, 직장인들의 점심을 타깃으로 카레배달 시작, 회사 전체 매출액의 10%를 배달매출이 차지할 정도로 성장을 이뤘다.
아울러 고급레스토랑도 출장요리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동경의 voco는 점포에서 인기 많은 피자를 가정에서 직접 구워주며 노부는 초호화 파티를 위한 출장요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특정 식재나 요리 한 가지만 제공하는 전문점, 건강요리 전문점, 등이 속속 등장해 트렌드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품위생사고로 인해 소비자의 외식 선택 기준이 ‘단순함, 소박함, 기본에 충실한 것’으로 바뀌면서 이에 대응하는 가정요리 전문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 등 겉치장보다 음식자체에 정성을 들인 것이 특징으로 식재료 사용에 있어서도 인근 농장에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 등 몸에 좋은 원료를 사용한 것이 호응을 얻고 있다.
■ 식자재 관심 증가
외식업계에 불고 있는 안전한 식재료 사용 바람에 호응하기 위해 식자재 업계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7년 들어 일본 유명가공식품회사가 돼지고기를 소고기 민찌로 속여 판매하고 ‘후지야’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했으며 만두 독극물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일본 식품업계에서 위생사고가 속출하면서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이 불신이 고조됐고 이에 따라 각종 건강정보 및 식품표시도 전면적으로 확대됐다.
사회 환경 변화에 발맞춰 일본은 2008년 식품표시 허위여부를 적발하는 ‘식품표시특별 G맨’ 제도를 도입했으며 냉동가공식품 원료의 원산지표시제를 의무화(동경)했다. 최근에는 영양성분표시제의 중요성 부각되면서 원재료나 식품 포장에 표기된 영양성분표시를 더 쉽고 실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또 유통기한이나 첨가물표시제는 의무화 돼있으나 영양성분 표시제는 권장사항이어서 소홀한 경향이 있어 식품 소매점 중심으로 자정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대형마트 ‘이토요카도’가 2007년 7월부터 식품 전 브랜드에 ‘품질증명서’를 첨부해 판매하도록 요구하는 등 식재료 관리가 엄격해지고 있어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에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식품에 대한 불신은 국산 식자재에 대한 니즈를 증가시키기도 했는데 일본 외식업소의 국산 식자재 비율은 60%(원가 중 식재비율은 31.4%)로 야채와 과일류는 주로 국산을, 육류와 수산물은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소별 국산식자재 사용비율은 디너 레스토랑이 64.2%, 차전문점 6.6%, 아지까야 59.2%, 패스트푸드 56.5%, 패밀리레스토랑 54.2% 정도다. 식재료 품목별로는 쌀 98.8%, 야채 87.2%, 과일 58.5%, 닭고기 54.2%가 국산이며 쇠고기 71.5%, 수산물 및 수산가공품 61.8%, 돈육 59.7%은 수입산이 사용되고 있다.
자료:식품음료신문, <김동환·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겸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