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시장 입맛 맞추기 ‘품질조절 중’
중국의 과수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산둥성 등 중국 동부지역 배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품종과 재배기술을 적극 수용해 급속히 발전하는 등 우리 과수농가에 큰 위협을 주는 존재로 재확인됐다. 중국 과수 농업의 현장을 농촌진흥청 연구진들과 동행 취재했다.
5월18일 중국 산둥성 라이양(萊陽) 배 재배단지.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배 농장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동남아 등으로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2,000무(약 40만평, 1무는 200평)에 배를 재배하는 리뤄양씨(45)는 “품종별로는 중국배가 가장 많지만 〈황금〉도 7만6,000평, 〈신고〉도 2만평씩 재배 중”이라며 “〈황금〉 가격이 좋으면 동남아 등지에 수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신고〉 등 우리와 같은 품종을 재배하는 면적이 늘고 있다.
이곳에서 배를 재배하는 한국 농민들도 상당히 많다. 배 재배농가인 한국인 강모씨는 “산둥지역에서 한국인 배농가가 23명이고, 재배면적만도 모두 300만평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씨는 “한국인들은 주로 〈신고〉와 〈황금〉 등의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면서 “생산량 중 절반은 중국 내수시장으로 내보내고, 나머지는 수출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중국 현지에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기술과 시설을 투입하다 보니 이곳 산둥성에서 생산되는 배의 품질도 한국산 배와 격차가 크게 줄면서 우리의 배 수출시장에 이미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산 배가 한국산으로 둔갑돼 해외에도 버젓이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이 지난해 산둥성과 허베이성 일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생산된 한국 품종의 배에 〈신고〉등 한글로 표기해 캐나다 등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과 재배단지로 잘 알려진 산둥성 시샤지역은 온통 사과밭이다. 시샤시 농지면적 1억6,000평 중 1억2,000평이 사과 과원이다. 주 재배품종은 〈홍부사〉. 이곳에서 사과 1,200평을 재배하는 한 농가는 “이곳 농민들은 사과 생산량의 60~70%를 품질 요구수준이 까다로운 일본의 기준에 맞춰 만들 수도 있다”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곳도 사과를 호주·동남아 등에 수출하고 있고, 2년 전부터는 일본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중국 과실산업의 급속한 성장세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사과와 배에 대해 수입금지 해제 요청을 한 후 현재 수입허용절차 8단계 중 1단계가 진행 중이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공동연구도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협적이라 할 수 있다.
이학동 농진청 소득개발기술과장은 “우리 과실의 품질을 고급화해 수입 과실과 차별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 ‘후지’ ‘신고’값 한국의 1/3 수준
지난 5월23일 중국 상하이 용펑 과일도매시장에선 미국·일본산 과일과 중국산 과일이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사과 중 〈홍부사〉는 6㎏이 40위안(1위안 130원 기준시 5,200원), 〈후지〉는 45개들이 15㎏ 한상자가 75위안(9,75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는 같은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후지〉사과 중품 경락값인 15㎏ 3만928원과 비교하면 우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용펑도매시장에선 미국에서 들여온 〈갈라〉 사과 17㎏이 220위안(2만8,600원), 일본산 〈세계일〉 5㎏이 380~400위안(5만2,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중국 산둥성 시샤지역 사과 재배단지에서 5월17일 만난 한 재배농가는 “1무(약 200평)당 사과를 3,500~4,000㎏ 생산해 내수시장에 1㎏당 2.10위안(273원) 안팎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농가는 “한무당 소득이 1만위안(130만원)정도인데, 생산비는 이 같은 소득의 30%에 해당하는 3,000위안(39만원)이 될 것”이라면서 “생산량의 60~70%를 수출하고 수출단가는 1㎏당 3.50위안(455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5월18일 산둥성 라이양에서 만난 배 재배단지 내 재배농가 리뤄양씨(45)는 “〈20세기〉배 품종은 한무당 2,000㎏까지 생산한다”고 말했고, 한국에서 4년 전에 중국으로 건너와 배 농사를 짓는 강모씨는 “중국의 〈신고〉배 가격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중국 내에서 한국산 품종인 〈황금〉배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현장도 목격됐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상하이의 중심가에 있는 한 식품전문상점에서 〈황금과(黃果)〉 500g에 8.8위안(1,144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이 식품점의 판매원은 “〈황금과〉와 중국의 다른 배의 판매량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 과일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과일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수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과수 재배면적은 1990년 518만㏊에서 2005년에는 1,003만㏊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과일류 생산량은 1,874만t에서 1억6,120만t으로 급증했다.
특히 우리의 관심 과일인 5개 품목(사과·배·포도·감귤·복숭아)의 수출량은 1990년 10만t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166만t으로 1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표 참조). 이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이미 중국산과 우리나라 과일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명근 농경연 연구위원은 ‘중국의 농산물수급 중장기전망’을 통해 “일본시장에서 중국산 사과가격은 1㎏당 0.5달러로 우리나라 가격의 16% 수준이고, 미국시장에서 중국산 배 가격은 ㎏당 0.73달러로 우리나라의 3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중국산 5개 품목 과일의 생산량이 2015년에는 1억600만t으로 2005년보다 64%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손동수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연구관도 “중국의 사과·배 주산지에 기업화된 선진유통회사가 유통기반과 시스템을 갖추고 수출을 주도할 경우,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우리 과실의 품질 고급화와 안전성에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