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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 2006

DDA농업협상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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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부터 17일까지 제네바에서 DDA 농업협상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간에도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전체회의가 열려 전반적인 진행상황에 대한 의견교환과 평가가 있었고 그 사이에는 국내보조, 수출경쟁, 시장접근을 논의하는 주요국회의가 세 차례 있었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인 양자회의, G10 및 G33 그룹 회의는 여러 차례 열렸습니다.

 

가장 중요한 회의는 주요국회의(Room F 회의)였는데 화요일에는 국내보조 분야, 수요일에는 수출경쟁 분야, 목요일에는 시장접근 분야의 주요국회의가 있었는데 분야별로 논의된 내용을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국내보조 분야에서는 미국이 고립

국내보조 분야에서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논의되었습니다. 그 세 가지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이 주장하는 새로운 블루박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2) 감축대상보조(앰버박스)의 품목별 상한을 설정하는 기준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3) 허용보조(그린박스)의 내용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참고로 앰버박스, 블루박스, 그린박스의 용어 자체가 생소한데 이에 대해서는 뒷부분에 별도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 새로운 블루박스

미국은 90년대 중반 정부의 시장개입을 줄이고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금도 없애 나가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90년대 후반 주요 농산물의 국제가격이 하락하면서 실패로 돌아갔고 99년부터 다시 보조금을 대폭 늘리고 없어졌던 가격지지도 다시 생겨났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DDA협상으로 보조금이 대폭 줄어들어서는 안된다는 압력을 의회로부터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새로운 블루박스를 만들자는 제안을 내어 놓았는데 이 새로운 블루박스는 99년 이후 새로 시행하고 있는 가격지지정책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미국의 시도에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미국이 가격지지를 많이하면 그만큼 다른 나라의 농산물들이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워지므로 수출국들은 이 새로운 블루박스에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출국들은 미국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내라고 자꾸 독촉하고 있으나 미국은 구체적인 제안을 내면 엄청나게 공격받고 시달릴 게 뻔하기 때문에 계속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나라들은 새로운 블루박스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미국은 이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나. 감축대상보조의 품목별 상한

감축대상보조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든 국가가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총액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고 품목별 상한액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축대상보조의 총액은 줄더라도 어떤 특정품목에 대한 보조금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축대상보조를 받는 품목이 여러 개라면 전체 금액이 줄더라고 다른 품목의 보조금을 크게 줄이거나 없애고 특정품목에 몰아준다면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품목별로 상한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상한선은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기간 동안 당해품목에 집행되었던 감축보조금의 연평균으로 한다는 게 대부분 국가들의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기간(개도국의 경우 1995년~2004년) 10년 동안 5,000억원의 보조금이 특정품목에 집행되었다면 상한은 500억원이 됩니다. 그런데 미국은 여기서도 다른 국가와 달리 기준기간을 1999년~2001년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미국은 보조금이 1999년부터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에 기준기간을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기간(선진국의 경우 1995년~2000년)으로 할 경우 상한이 낮아져 지금 수준보다 엄청나게 많이 줄여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미국만이 기준기간을 달리 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미국이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참고로 우루과이라운드 때 우리나라는 기준기간을 변경한 바 있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86년~88년 3년 기간을 기준기간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할 경우 관세 뿐만 아니라 쌀수매도 갑자기 대폭 줄여야 했기 때문에 기준기간을 바꾸었습니다.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바꾸어서 이행계획서를 작성했고 최종 이행계획서 검증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에게 우리 사정을 적극 설득한 바 있습니다.

다. 허용대상보조 남용 억제

허용보조(그린박스)를 고치자는 주장은 왜 나올까요? 사실 보조금을 줄여가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농민들의 요구는 많고 오히려 늘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줄인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린박스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습니다. 감축대상보조금(앰버박스)를 줄이고 블루박스를 줄이면서 생기는 불만을 그린박스를 통해 어느 정도 무마시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수출국들은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성격상 앰버박스나 블루박스로 분류되어야 할 정책을 그린박스라고 주장하며 보조금을 늘려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린박스룰 더 엄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그린박스의 수정안은 두 가지가 나왔습니다. G20와 캐나다가 각각 제안했는데 G20의 제안은 일부 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있지만 개도국들이 그린박스를 더 편하고 다양하게 쓰도록 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캐나다 제안도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지만 그린박스의 범위를 넓히는 새로운 내용도 있습니다. 규율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과 EU, G10 등 수입국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 특히 개도국 우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상 국내보조 논의 내용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미국이 여기서는 제일 어려운 입장이고 어떤 이슈는 혼자 고립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시장접근 분야에서 자기들에게 아주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 분야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2. 수출경쟁분야, 식량원조에 관해 논쟁

수출경쟁분야에도 몇 가지 쟁점이 있습니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식량원조(food aid) 얘기만 하다가 끝났습니다. 식량원조와 농업협상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것이 특히 수출경쟁과 무슨 상관인가? 의아해 하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도 전세계에 영양실조로 허덕이는 인구가 8억이라고 합니다. 이 빈곤층에 대한 식량원조는 인도적 차원에서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원조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식량원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이를 규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식량원조는 문제가 되고 그래서 농업협상에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프리카의 한 국가는 식량이 모자라 해마다 식량을 수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국가가 미국으로부터 충분한 식량원조를 받으면 더 이상 식량을 수입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지금까지 그 아프리카 국가에 식량을 수출하던 다른 국가는 수출이 줄게 될 것입니다. 이 아프리카 국가가 정말로 못살아서 식량을 살 돈이 없어 원조가 없으면 굶어죽을 형편이라면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의 식량원조를 비난하기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고 충분히 식량을 수입할 능력이 있는데 미국이 식량원조를 주어 수출시장을 막아버린다면 수출국들은 불만이 생깁니다. 더구나 미국이 식량원조를 빌미로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사라고 권유한다든지, 미국의 남아도는 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싼값에 식량을 원조한다면 다른 수출국들은 당연히 불만일 것입니다.

사실상 이러한 식량원조는 수출보조와 유사합니다. 이처럼 식량원조로 위장한 수출보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전제 하에 식량원조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량원조를 지나치게 규제하여 정말로 식량원조가 절실한 사람들에게 원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이므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일부 국제기구에서는 WTO에서 식량원조를 규제하는데 대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거나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식량원조에서는 긴급식량원조와 일반식량원조를 구분하여 긴급식량원조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니까 규제보다는 가급적 융통성 있게 운영하도록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긴급상황인지 아닌지를 누가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인도적 식량원조를 전문적으로 하는 국제기구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WTO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각 주장마다 서로 장단이 있는데 아무래도 전문성을 가진 국제기구가 판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반식량원조를 하다보면 식량수송, 배분, 운영 등에도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에 식량원조 일부를 판매하여 이 비용을 조달하는 문제, 식량원조를 다른 국가에 재수출하는 문제 등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런 식량원조 전반에 대해 너무 까다롭게 규제하는 데 대해서 반대 입장인데 EU, 스위스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심지어는 식량원조를 식량으로 하지 말고 돈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돈을 주면 그 돈으로 가장 필요한 식량을 가장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과거 식량원조를 빌미로 잉여농산물을 처리하고 또 식량원조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강하게 규제하자는 입장인데 사실 미국이 과거 그렇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식량원조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입장이 절충되는 선에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질 것 같은데 아직 입장 차이들이 남아있습니다.

3. 시장접근 분야, 답보상태

시장접근 분야는 가장 입장 대립이 첨예한 분야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민감품목(sensitive products)을 어떻게 대우 할지와, 개도국을 위한 특별세이프가드(Special Safeguard Mechanism)를 논의했습니다만 특별한 진전이 없었습니다. 국내보조와 수출경쟁 분야 설명이 길어져서 이 부분은 간단히 줄이겠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시장개방 분야에 대해 좀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 참고사항 : 그린박스, 블루박스, 앰버박스 >

국내보조 분야에서는 농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보조를 줄여나가는 것이 기본방향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고 그 중에서는 필요한 부분도 있고 오히려 확대되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조금의 종류를 세 가지로 성격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는데 이를 협상에서는 박스(Box)란 이름을 붙여 세 개의 박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박스의 이름은 그린박스(Green Box), 블루박스(Blue Box), 앰버박스(Ambor Box)인데 색깔로 이름을 붙인 셈입니다.

그러면 무슨 기준에 따라 이렇게 셋으로 나누었을까요? 나누는 기준은 그 보조금이 무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무역을 얼마나 왜곡시키는가, 또 다른 말로 한다면 그 보조금이 외국의 농산물 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수입농산물보다 비싸다면 수입이 많이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그 비싼 농산물을 사서 소비자들에게는 아주 싸게 판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외국의 농산물은 수입이 줄 것이고 오히려 비싼 국내농산물은 생산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무역이 왜곡되었다’ 고 합니다.

이렇게 무역을 왜곡시키는 악성보조금은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없애야 한다는 것이 이미 우루과이라운드에서부터 합의된 사항입니다. 이런 악성보조금을 감축대상보조금이라 하고 앰버박스(Amber Box)에 속하는 보조금이 이런 종류의 보조금이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격지지정책입니다. 2004년까지 있었던 우리나라의 쌀수매정책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앰버(Ambor)는 영어로 주황색을 뜻합니다.

반면에 무역을 왜곡시키지 않고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보조금은 앞으로도 허용되어야 하고 장려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열악한 의료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농촌 지역의 보건소에 최신 의료장비를 지원하거나 구제역과 같은 가축질병의 방역을 위해 정부가 예방약을 지원하는 경우 이러한 보조금은 허용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속하는 보조금은 기본적으로 ‘무역을 왜곡’하지 않고 ‘생산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보조금입니다. 이러 보조금들은 일반적으로 ‘허용보조금’이라고 하며 그린박스에 속하는 보조금입니다.

이처럼 보조금을 예외없이 다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성격에 따라 허용될 뿐만 아니라 계속 확대할 수 있는 보조금도 있습니다. 실제로 농림부의 예산을 보면 앰버박스보다 그린박스가 세배 이상 큽니다. 그러니 우리가 줄여나가야 하는 보조금은 작은 부분에 불과한 것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그린박스 정책들을 새로 개발하고 늘려가고 있습니다.

블루박스는 앰버박스와 그린박스의 중간에 해당하는 보조금입니다. 즉, ‘무역을 왜곡’하는 효과가 있기는 있는데 ‘앰버박스’에 비해서는 적고 그린박스에 비해서는 많은 그런 보조금입니다. 실제로 블루박스는 사용하는 국가들이 아주 적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가 대표적으로 많이 쓰고 그 외에 한 두 나라가 쓰고 있습니다. 원래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농업협상의 골격이 만들어질 때는 앰버박스와 그린박스만 있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과 EU가 자기들이 쓰기 위해서 만든 것이 블루박스입니다.

대표적인 블루박스 정책은 EU가 하고 있는 생산제한직접지불정책입니다. 일부 면적을 휴경하는 조건으로 생산자들에게 직접지불을 주는 경우입니다. 직접지불은 생산과 관련 없이 지급되어야 그린박스가 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생산과 어느 정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블루박스 정책도 무역왜곡효과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줄여가야 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블루박스 정책들에 대해 감축의무를 면제해 주었습니다만 DDA 협상에서는 블루박스 정책들도 줄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료:농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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