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성산포’=지난 21일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찾은 감귤류 생산지는 남부의 시칠리아(Sicilia). 이 섬은 한반도의 제주도처럼 이탈리아 반도 남쪽에 위치해 있지만 면적은 2만5708㎢로 제주도 1847㎢인 제주도의 10배가 훨씬 넘는 큰 섬이다. 그러다 보니 이탈리아내 감귤류 주산지일 뿐만 아니라 유럽내 시장으로 많은 양을 수출하는 이탈리아 감귤류 산업의 중심지이다. 60%는 내수로 소비되고 40%가 수출되고 있다.
21일 시칠리아의 방문지는 카타냐(Catania)시의 카즈미토(Cazmito) 농장. 섬 중앙에 ‘한라산’처럼 있는 에트나화산의 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만큼 제주도로 치면 성산읍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면적이 140㏊(42만평)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선 초대형 농장이 아닐 수 없다.
▲시칠리아의 초생재배 이 대형농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탐스럽게 익어가는 오렌지 나무 밑이 방치돼온 농장처럼 온통 잡초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 잡초를 제거하지 않는 초생(草生)재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농장 관리인인 B. 알피오(Alfio·32)씨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일이 익어서 떨어져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며 초생재배의 장점을 설명한 뒤 “일부 농장에선 해충에 저항력이 높은 식물을 나무 주변에 일부러 식재하기 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시칠리아에선 감귤류의 안전성 제고를 위해 농약을 연 1회 수준으로 살포하는 대신 특정 해충 방제를 위해 암놈을 이용해 발정기의 수놈들을 유인, 제거하면서 까다로운 유럽연합(EU)의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 고조와 지속 가능한 감귤산업 영위를 위해 초생재배·친환경 재배의 중요성은 물론 앞으로 제주감귤이 지향해야할 방향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진상황이 지지부진한 제주감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대목이다.
▲완벽한 생산이력제=이 농장의 또다른 특징은 완벽하게 이행되고 있는 생산이력제 시스템이다. 우선 관리실에 들어가니 140㏊ 농장의 지도가 구역에 따라 다른 색깔이 칠해진채 걸려 있다. 노란색은 만다린, 분홍색은 발렌시아 오렌지 등 식재된 품종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각각의 코드가 부여된 구역을 다시 지역으로 나누고 그곳에 식재된 품종·수간거리·수령·나무 원산지·나무 숫자 등에도 일일이 고유번호를 부여해 코드화한 도표를 붙여놓았다.
특히 이들은 농기구에도 인증번호를 부여, 출하 제품에 붙어있는 코드 하나면 언제 누가 어디서 딴 과일임은 물론 어느 농기계를 사용하고 무슨 비료가 이용됐는지 파악 가능케 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신인도 제고와 품질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었다.
산북지역 감귤이 한라산을 넘어가 서귀포산 감귤로 둔갑하는 제주도의 현실에 비춰보면 정말 부러운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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