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 협상, 계약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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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비지니스 문화, 특히 커뮤니케이션, 협상, 계약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1. 화성에서 온 독일인, 금성에서 온 한국인
2. 진실과 체면
3. 커뮤니케이션 - 나무를 보는 독일인, 숲을 보는 한국인
4. 협상-KISS 와 KILL
5. 계약-한 장짜리 계약서, 만 장짜리 계약서
두 세계
지난 주말 한국 청년과 독일 처녀 결혼식에 갔다. 파티, 손님 행사를 보면서 느낀 두 세계의 차이다. 한 세계에서는 결혼하는 딸을 함박 웃음으로 보내고, 또 한 세계에서는 눈물로 딸을 보낸다. 한 세계에서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와 배를 조심하라는 팻말이 과일나무에 붙어 있지만 다른 한 세계에서는 그런 경고문은 평생 본 적이 없다. 사과와 배의 크기는 두 배나 큰데도 말이다. 한 세계에서는 천둥소리에 손님들이 하던 운동을 중단하지만 한 세계에서는 천둥이 운동 중단 이유는 못된다.
화성에서 온 독일인, 금성에서 온 한국인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에 보면, 남자는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지만 여자는 타인이 자기에게 공감해주는 데 관심이 더 많다고 한다. 남자는 어떤 필요성에 의해 동기가 유발되지만 여자는 공감 혹은 사랑에 의해 동기가 유발된다는 말이다. 나는 독일 사람과 한국 사람은 각각 다른 별에서 온 사람 같은 생각이 든다. 독일 사람은 마치 화성남자 같고, 한국 사람은 금성여자 같다. 독일사람은 뭔가 남에게 가르쳐주기를 좋아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한국 사람도 물론 문제해결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상대방의 친절함, 공감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하다.
내 직업은 화성에서 온 독일 사람과 금성에서 온 한국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이다. 그래서 내 일상업무는 문화의 충돌로 인해 생긴 파편 덩어리로 가득 찬다. 두 문화 간에 다른 것은 먹는 것과 말하는 것 뿐 아니다. 시간관념, 가치관, 기대감이 달라 항상 오해 소지가 상존하다.
한 쪽에서는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직위와 나이가 중요하다. 한 쪽에서는 품질이, 다른 한 쪽에서는 브랜드가 중요하다. 한쪽에서는 오랜 계획이 다른 한 쪽에서는 융통성이 중요하다. 한 쪽에서는 천천히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다른 한 쪽에서는 빨리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한 세계에서는 하루면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다른 한 세계에서는 일 주일도 모자란다. 독일에서는 문서상의 비지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선호되지만 한국에서는 전화 한 통화로 끝나는 일들이 많다. 이러한 반대되는 현상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진실과 체면
어떻게 한국말로 정확히 해석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 나라 의식 차이을 비교할 때면 Sein(본질) 이라는 말과 Schein(현상)이라는 말을 종종 이용한다. 독일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 즉 본질을 중시한다. 한국에서는 본질도 중요하지만 남에게 현상도 중요하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진실과 체면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두 나라의 이러한 차이는 기독교 문화와 유교 문화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기독교 문화에서는 신 앞에서의 자기가 중요하다. 유교 문화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자기가 중요하다.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다시 말해 임금과 나, 아버지와 나, 아내와 나 등 타인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의 자신을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물론 아시아 나라 간에도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는 체면 못지 않게 실리도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체면 때문에 종종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 문화권과 상대할 때 이러한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식당에서의 계산 싸움
한국 특유의 식당 풍경이 하나 있다. 밥먹고 돈을 서로 낼려고 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물론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접하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속 마음과 행동이 다를 수도 있다. 즉 마음은 내고 싶지 않은데 겉으로는 내는 시늉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속마음은 Sein, 제스쳐는 Schein이라 할 수 있다. 정식으로 초대를 받은 사람은 이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럽에 온 한국사람들은 흔히 이 곳 분위기가 차갑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에게 이런 Schein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Schein이 상대방과의 공감 형성을 위해, 마치 자동차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나무를 보는 독일 사람, 숲을 보는 한국 사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독일 사람은 나무를 보고, 한국 사람은 숲을 본다. 한국 사람이 약속 시간을 정확히 정하기 어려울 때 쓰는 표현이 있다. 서너시에 오겠다 혹은 엊그제 했다 하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독일 사람은 정확한 숫자를 요구한다. 어려운 일을 요구받을 때 독일 사람은 즉시 나인 즉, 안된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상대방의 체면을 봐서 한번 생각해보지요. 와 같은 말로 부드럽게 부정의 표시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어 능력과만 관계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를 알아야 한다. 어느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소위 코드를 알아야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유럽에 어느 한국 자동차 회사가 진출할 때 텔레비젼 광고에 많은 돈을 투자해 성과를 못 본 적이 있다. 만약 그 돈을 미국이나 한국에서 투자했다면 결과는 더 좋았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텔레비젼 광고보다 카탈로그나 사용설명서등 인쇄물에 광고 투자를 많이 해야 효과적이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통하는 광고는 독일 소비자를 끌지 못한다. 독일 소비자는 시각적인 광고보다는 자료를 보고 물건을 보고 테스트를 한 다음 구매 결정을 하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한국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3가지 참고사항을 소개한다. 첫째,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다. 둘째,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다. 셋째, 영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이다.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은 종업원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종종 어려움을 토로한다. 회의 때나 모임에서 한국 종업원들은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끄러움 때문 만 아니라 혹시 자기 얘기했다가 실수를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에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의사를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위 표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한국의 알리안츠 보험사에서는 종업원 의견이나 제안을 익명으로 수렴하는 제도를 도입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잘 활용하고 있다.
점심시간은 비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
어느 독일 자동차부품 회사의 한국인 부사장 얘기다. 그는 독일인 사장을 세 명 경험했는데 세 사람 모두 점심 먹는 스타일이 달랐다. 한 사람은 빵을 준비해와서 혼자 사무실에서 먹었고, 또 한 사람은 아예 점심을 안 먹는 사람이었고, 세 번째 사장은 임원 혹은 혹은 종업원들과 수시로 구내식당이나 인근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점심시간은 직원들의 의견과 희망을 들을 수 있는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돼 회사의 노사분규 방지, 경영에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예스 의 진정한 의미
한국에서도 영어 배우기 붐이 일고 있다. 젊은 세대는 영어를 어느 정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한다. 외국어 의사소통에서 큰 어려움은 듣는 게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상대방이 말한 것을 알아듣지 못할 때 반복해 달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미안하기도 하고 체면도 상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항 혹은 협약 내용은 그래서 문서로 서로 주고 받는 것이 좋다. 한국 사람들의 예스 의 의미는 모든 것을 알아들었다는 의미는 종종 아니다. 그래서 아시아 경험이 많은 유럽 비지니스맨들은 상대방을 고려해 천천히 또박 또박 얘기를 해주는데 이 경우 한국 사람들은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KISS 협상, KILL 협상
한국 사람은 독일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까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독일 사람은 준비를 철저히 한다. 장기적으로 판단한다. 업무에 지식이 높다. 일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한다. 그러나 융통성은 좀 부족하다는 게 한국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이다. 독일 사람은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빠르고 활기가 있고 공격적이며 융통성이 있다. 하지만 협상 때는 양보를 끊임 없이 요구한다.
어느 경제 주간지에서 본 내용이다. 미국 사람과의 협상에서는 KISS 협상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KISS는 Keep It Short and Simple의 약자다. 미국은 시간은 돈이기 때문에 협상도 할 말 위주로 간략하게 끝내는 것이 좋다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좀 다르다. 한국에서는 기계가 가동이 되려면 어느 정도 열을 받아야 하는 것 처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공감을 얻고 신뢰가 좀 조성이 돼야 말을 꺼내기 때문이다.
한국 경험 많은 외국인들에게서 듣는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하룻밤 술 한 잔 함께 하는 것이 몇 주일간 협상하는 것 보다 효과적이다. 한국 사람들은 논리 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하는 말들이다. 벼랑 끝 전략, 뱃심으로 하는 결정, 전문지식은 부족, 높은 직관력, 협상은 시종 부드럽게 이끌고 가려는 노력 등. 어느 외국 기업인이 한국 사람의 협상 스타일에 대해 전해준 이야기다.
2년 간의 협상
마인쯔의 어느 유리 공장이 한국 투자를 결정하는데 협상을 도와 준 적이 있다. 처음 투자 환경 질문을 한 때로 부터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기 까지 2년이 꼬박 소요됐다. 협상 과정에서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띄었다. 한국 측은 기회만 있으면 친근한 분위기에서 만나려고 했고, 독일 측은 가급적 문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만나는 것은 꼭 필요할 경우에만 하려고 했다.
한국측은 요청 받은 정보는 신속하게 제공해줬다. 독일측은 받은 서류를 느긋하게 검토하고 회사 내부의 의견조율 과정을 오랫동안 거쳤다. 내가 보기에는 독일측의 오랜 침묵이 프로젝트에 이젠 관심이 없어진듯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조용한 가운데서도 독일측에서는 필요한 검토가 계속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양 쪽 담당자들이 영어를 잘 해 협상 의사소통은 문제가 없었다. 한국측의 인내심, 필요할 때 신속한 정보 제공, 원활한 의사소통이 바탕이 되어 결국 대규모 투자프로젝트가 성사됐다.
한국 사람은 인간적인 친근함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작은 화제 혹은 사적인 질문도 처음 양쪽의 냉냉한 분위기를 깨는데 도움이 된다. 몇 년 전에 한국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불란서 TGV가 성공적으로 수주를 받았다. 기술력도 좋지만 협상력과 마켓팅 능력도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독일의 ICE 도 함께 응찰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프로젝트는 당소 예산 보다 3배나 더 비용이 들었다고 들었다.
한국과의 협상시에는 KISS 보다는 KILL이 더 효과적이다. KILL 은 Keep It Long and Leisurley의 약자다. 뜸을 들여 공을 들이고 상대의 마음을 사는 것이 숫자를 열거하면서 용건만 얘기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이다.
한 장 짜리 계약서, 만 장 짜리 계약서
한국에서의 집 임차 계약서는 단 한 장이다. 독일에서는 10장이 넘는다. 한국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당사자의 믿음이지 계약서는 형식적인 절차와 같이 간주된다. 우리 사무실에 독일 변호사가 있어 물어본 적이 있다. 왜 독일 계약서는 그렇게 두꺼운가라고 물었더니 예방 목적이라고 했다. 자세하게 계약 조건이 규정이 되어 있어야 독일 사람은 안심을 한다는 것이었다. 작년에 독일을 한참 시끄럽게 했던 고속도로 화물차 요금징수 시스템 공사 계약서는 1만7000장이라고 들었다. 계약서가 너무 얇아서 생긴 문제는 아닐까?
비밀유지 협약서
독일 업체 한 군데를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이다. 비즈니스 협의를 다 마쳤을 때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협약에 서명해달라고 했다. 나는 기분이 좀 안좋았다. 나를 못 믿는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과 18년간 사업을 했다는 어느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의 이야기다. 한국 측 파트너가 가격을 서로 합의하고도 나중에 계속 Final Price를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최종 가격이 결정되고 물건을 공급한 다음 그 미국 업체는 영어사전을 복사해 보냈다고 했다. 즉, Final의 뜻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MOU에 대한 시각 차이
한국에서 장관이나 높은 사람들이 오면 독일측과 MOU를 맺고자 한다. 나는 이 MOU 협약을 준비하면서 문화적인 갈등에 빠지곤 한다. MOU는 문자 그대로 어떤 프로젝트에 서로 추진에 관심이 일치했다는 뜻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측으로서는 외국에 나가 열심히 일을 했다는 표시로 간주된다. 하지만 독일측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이 서류에 서명하기를 꺼린다. 이 때 중간에서 양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재하면 문화적인 갈등을 겪곤 한다.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지난 달 뮌헨 근처 엘리베이터 만드는 독일 업체를 방문했다. 이 업체도 기술 면에 있어서 소위 말하는 알짜기업 숨은 챔피언에 속하는 기업이었다. 독일 사장은 한국인 파트너 한 사람과 일하고 있었다. 독일사장은 기술을 한국인 파트너는 판매를 담당하고 있었다. 독일 사장이 했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기술이 있지만 이 기술을 판매할 줄은 모른다. 한국 파트너가 판매는 전문가이다 나이 지긋한 독일인 사장은 독일어로, 젊은 한국인 사장은 영어로 말을 했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마음이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문화를 아는 것이다. 자우어크라우트(독일식김치)를 한 번이라고 먹어본 한국사람, 김치를 한 번이라도 먹어본 독일간에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가 어느 정도 완료된 것이다. 문화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자료출처 : 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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