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브랜드를 살핀다
조회1499일본의 브랜드를 살핀다 | ||
품종개량· 전통 계승· 정보공개로 브랜드 고급화 | ||
좋은 브랜드가 좋은 소비자 키워 재구매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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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 브랜드는 넘치지만, 국가적인 브랜드는 적은 한국을 돌아보기 위해 일본의 농수산 브랜드와 소비 형태를 살펴본다. ▲ 품종 개량으로 각 현의 대표 작물로 고시히까리, 아끼타코마치, 히토메보레, 호시노유끼는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쌀 품종이다. 이런 세계적인 쌀 품종은 품종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명실상부한 쌀 브랜드처럼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브랜드 처럼 이용되는 이러한 품종은 일본 농업의 저력이기도 하다. 위의 쌀 품종은 일본 전국에서 재배 가능한 것들이다. 그래서 각 지역 이름으로 고시히까리, 아끼타코마치, 히토메보레 등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고시히까리 하면 니가타현산을 최고로 치는 데, 니가타현에서 15년에 걸쳐 개발된품종이고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품질을 지키왔기 때문이다. 7년에 걸쳐 개발된 아끼타코마치도 역시 아키타현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었다. ’75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82년부터 출시된 품종으로 지금은 아끼타현과 인접한 이와테현까지 아끼타코마치 쌀로 유명해졌다. 히또메보레 역시 미야기현에서 ’81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91년에 탄생한 품종이다. 특히 냉해에 강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도 ‘한눈에 반한 쌀’이란 브랜드로 출시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호시노유메는 ’96년에 홋까이도현에서 등록한 쌀 품종이다. ‘호시노유메’는 ‘별의 꿈’이란 뜻의 일어로 일반공모로 이름을 정했다. 지금은 뚜렷한 인기 곡물이 없었던 홋까이도의 대표 품목이다. 2001년에 신품종으로 등록된 ‘춘양(春陽)’은 이시가와현 네아가리초(根上町)에서 기능성 쌀로 개발되었다. 글루테린 함유량이 절반인 저단백미로써 만성위부전 환자용으로 개발되었다. 단백질의 섭취를 제한하거나 저알레르겐·저단백식에 적합하고 다이어트식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수년 사이에 판매량이 급증해 매년 품절되는 현상을 빚고 있다. 위의 쌀 브랜드들은 시중의 제품 외에도 인터넷을 통해 햅쌀을 통신 판매하거나 고급 일식 레스토랑에서 사용된다. 쌀을 이용한제품에도 무슨 쌀이 사용되었다고 명기될 정도다. ▲ 해외 품종도 엄격한 관리로 브랜드화 벚꽃으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무성해진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이다. 그리고 버찌 브랜드 ‘사또니시키(佐藤錦)’ 역시 다이쇼 12년(1922년)에 야마가타현의 사또 에이스케(佐藤榮助, 1869~1950)에 의해 개발된 품종이었다. 그 덕분에 야마가타현은 버찌의 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멜론 역시 일본 고유의 품종은 아니지만, 홋까이도 유우바리시(夕張市)와 생산자가 일체가 되어 ‘유우바리 멜론’이라는 브랜드를 창출했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인해 수입산 멜론보다 ‘유우바리 멜론’이 일본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사또니시키’와 ‘유우바리 멜론’은 워낙 고가라 고급 선물용으로 선호된다. ▲ 전통을 브랜드로 채소에서 브랜드를 꼽자면 ‘교야사이(京野菜)’를 빼놓을 수 없다. ‘교야사이’는 천년 고도인 교토에서 사용되는 채소 종류이다. 교토에서는 전통을 살리는 방법으로 농수산품에서도 교토 브랜드를 지키고 있다. 지역에서 직접 ‘京의 브랜드산품’으로 인증하고 교야사이 브랜드를 키워내 매년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IT를 접목시켜 교야사이 포장에 기재된 번호를 입력하면 그 채소를 키워낸농가의 사진과 메시지, 심지어 사용된 농약의 종류와 횟수까지 화면에 표시된다. 가공식품도 전통 소재와 제조기법을 살린 신상품 159품목을 ‘京 브랜드’로 인정하여 판매한다. 전통이 귀해진 현대에서 ‘전통’이야말로 가장 큰 브랜드임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 계절 야채와 신선함을 브랜드로 군마현 칸라쿠토미오카(甘樂富岡) 일대는 급경사의 농지가 많아 이모작이 발달하지 않은, 쌀을 키우지 못하는 땅이다. 한때 누에고치 50억 엔, 곤약 30억 엔에 달하던 매출은 수입자율화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종래의 20% 정도까지 떨어졌다. JA 칸라쿠토미오카 직원들은 한때 직장이 없어질 것을 각오하기도 했다. 그러나 ’96년 JA 영농사업본부에서 지역농업의 구조개혁에 나섰다. 이를 위해 JA 칸라쿠토미오카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최대 소비지인 동경과의 1시간 거리를 이용해 ‘계절 야채와 아침에 캐낸 신선함’이라는 브랜드를 어필하기로 했다. 현재는 매일 아침 7시마다 집하장에는 그날 아침에 수확한 오이, 가지, 버섯 등이 2~3인분씩 깨끗하게 플라스틱 필름으로 팩 포장되어, 생산자의 이름과 번호, 바코드가 새겨진 라벨이 붙는다. 바코드 4자리는 프로 농가, 3자리는 준프로 농가를 나타낸다. 바코드를 입력하면 소비자는 누가 재배한것인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농가에서는 자신이 재배한 채소가 어디에서 팔렸는지를 알게 된다. 이렇게 손질을 끝낸 채소는 수도권의 생협과 슈퍼 등에 있는 신선채소 코너에 운반되어 아침 개점 때부터 고객들에게 인기를 끈다. 그날 아침에 캐낸 신선함을 브랜드로 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은 단 1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은 채소, 버섯, 축산물, 가공품 등 연간 224품목을 취급하고, 연간매출 100억 엔 (직판 14억 엔)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싸고 신선한 야채’로 유명해지면서 최근에는 관광버스 대절로 찾아오는 일도 늘어났다. JA 칸라쿠토미오카는 그 외에도 귀농자를 위한 트레이닝 센터 운영 등으로 농가구조 개혁의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농업상의 집단조직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토종을 브랜드화하는 저력 일본의 남 알프스 산맥으로 유명한 나고야현 나스(那須) 지방에서는 생산자가 직접 재배 매뉴얼을 작성하고, 사용되는 농약 등의 규격화를 꾀해 이를 엄수하는 것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출시하고 있다. 이렇게 출시된 ‘나스의 하얀 미인 파’ 브랜드는 범람하는 중국산 파 속에서도 눈에 띈다. 주로 고급 우동, 라면집에서 소비된다. 일본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소 ‘마츠자카우(松阪牛)’가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49년부터 공진회(共進會)를 만들고 농가가 30개월에 걸쳐 키운 마츠자카우를 한자리에 모아 경매한 것이 시작이다. 30개월 소가 마츠자카우의 품질을 보증할 정도로 엄격한 관리를 한다. 예선을 통과한 소만이 높은 가격이 매겨져 전국에 출시된다. 한 해에 수십 마리밖에 인증받지 못한다. 마츠자카우를 인증하는 공진회에는 매년 국내외 매스컴이 취재올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팔리면 다시 고품질의 새끼소를 구입해 키운다. 이같은 가격과 품질의 순환이 마츠자카우를 지켜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광우병 파동 속에서 탄생한 브랜드도 있다. 나고야현 미야고노죠(都城)에서는 쇠고기를 원래 마츠자카우로 출시하고 있었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소의 개체인식 번호가 도입되면서 지금은 ‘미야고노죠우(都城牛)’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다. 마츠자카우같은 최고 가격은 아니지만, 최고급품보다 약간 저렴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육질을 브랜드화해 중산층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는 데에 성공했다. ▲ 좋은 브랜드가 좋은 소비자 키워 일본의 유명 농산물 브랜드는 100년이 넘지 않는다. 다만 끈기 있는 품종 개량과 명성과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 IT 기술을 접목시킨 투명한 유통경로의 표시 등이 그 저변에 깔려있다.각 현마다 고유 농산물을 키우기 위해 지자체·JA·지역민이 협력했다. 뿐만 아니라 NTT(일본 전력회사)에서도 농업·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토털 솔루션 브랜드 ‘A. prosol’를 지난해 3월부터 전개해 농촌의 IT화를 도왔다. 이렇게 특화된 농수산 브랜드는 전국의 고급 레스토랑과 슈퍼에서 소비자들에게 그 맛과 정성을 전한다. 고급 초밥집에서는 일본산 고시히까리를 사용했다고 매장 내에 써놓고, 고급 샤브샤브, 고기집 등은 마츠자카우를 사용해 고객을 유혹한다. 또 통신판매 사이트에서 전국의 유명 농산물 제품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선물용으로도 많이 선호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유기농을 선호하고, 산지를 따져 고급 농산물을 전국에서 선별해 먹는 것이 붐이다. 고급 슈퍼에서의 농산물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 각 지방에 특화된 요리전문점이 생겨나면 관광코스로 개발되기도 하고, 관광객들은 돌아갈 때 지역 특산물을 구입하게 된다. 결국 좋은 브랜드가 좋은 소비자를 키워내 또다시 그 브랜드를 찾게 하는 것이야말로 브랜드의 힘이라 하겠다. | ||
이수진 기자 suji@atnews.co.kr | ||
게재일자 2006/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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