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주류 시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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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2006년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의 자국 우승을 기대한다는 의미에서 샴페인과 영국산 발포(發泡) 포도주(sparkling wine)에 대한 관세를 동결시켰다. 또한 위스키와 다른 증류주에 대한 관세는 연거푸 아홉 번째로 동결시켰으며, 사이다(cider)에 대한 관세도 고정시켰다.
영국은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샴페인을 소비하는 국가이다. 영국인들은 매년 3천 8백만 병의 샴페인을 소비하는데, 이러한 시장규모의 가치는 2억 7천5백만 파운드(주세 제외)에 달한다. 브라운 재무장관의 이와 같은 결정은 영국 와인 생산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사 제품을 샴페인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일부 브랜드의 와인은 일류 프랑스 회사들과 제품 경쟁에 들어갔다.
샴페인과 발포 포도주에 대한 관세 동결은 영국인들의 최근 주류 소비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 영국인들이 맥주나 단순한 와인보다는 거품이 나는 탄산 음료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에 샴페인이나 까바(cava)에 대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샴페인과 까바와 같은 와인의 판매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한 때 결혼식장이나 특별한 날에만 한 잔씩 맛보던 문화에서 이제는 선술집이나 집에서 쉽게 마시는 평범한 풍경으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1997년 이후로 샴페인 판매량은 두 배로 늘어났고, 까바 판매량은 같은 기간 동안 세 배나 증가하였다.샴페인은 발포주 총량의 40퍼센트를 차지함으로써 영국 주류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작년에만 약 3천 7백만 병 의 샴페인이 영국으로 수입되었는데, 이는 잇따라 10년 동안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맥주 소비 감소의 대가로 와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영국의 주류 소비 전환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국가 통계청(the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은 인플레이션 측정 품목 바구니에 샴페인을 포함시켰는데, 이 역시 영국 내에서 샴페인 소비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까바의 소비 증가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데, 까바의 가격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판매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국 주류 시장에서 까바가 차지하는 총량의 비율은 30퍼센트인데, 까바 생산자들이 영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까바 생산자들이 영국 시장 및 해외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까바 생산지인 스페인에서의 2005년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까바가 주로 생산되는 곳은 스페인의 까달로니아 지방인데, 최근 이 지역의 독립 움직임이 강해진 탓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에 대해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영국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많은 슈퍼마켓에서 적게는 3파운드 만으로도 까바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통 샴페인 가격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스페인 내의 문제로 인해 영국 슈퍼마켓에서는 낮은 가격의 질 좋은 발포주를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비해, 맥주, 와인, 담배의 가격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재무장관이 맥주, 와인, 담배의 소비세가 4년 연속으로 물가 상승률에 순응하여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2퍼센트이며, 이는 영국 재무부의 목표 치에 순응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맥주는 파인트당 1 펜스씩 오를 것이며, 와인은 병당 4펜스, 담배는 한 갑당 9펜스가 더해지게 될 것이다.
맥주의 소비세 인상에 대한 맥주 애호가들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다. 맥주가 영국의 전통 음료인데다가 굳이 왜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위해 맥주를 희생시켜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참 맥주를 위한 캠페인(The Campaign for Real Ale; CAMRA)의 대표 마이크 베너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지역 선술집들이 파인트당 1펜스의 인상으로 말미암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소비세의 인상은 그 크기가 작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과잉부담으로 작용할 것 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불이익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번 여름 다수의 영국인들이 샴페인이 아닌 영국산 참 맥주로 영국의 승리를 자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였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대 영국 수입 품목 중 음료가 차지하는 규모는 기계와 전자기계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았다. 즉, 영국이 한국으로 수출한 음료는 1억 5679.1 파운드에 달하며, 이는2004년에 비해 24.06% 증가한 수치이다. 한국이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음료의 액수는 총 4억 7392.8만 달러인데, 그 중 영국에서의 수입이 2억 2657.6만 달러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였다. 그만큼 영국의 주류 시장의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의미이다. 영국인들의 샴페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각종 발포와인의 생산 및 판매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물론, 영국의 주요 수출품은 위스키라고 할 수 있지만, 영국산 발포와인의 한국 진출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이 영국으로 수출하는 음료의 규모는 미미하다. 2005년 영국의 음료수입국 중 한국은 61위를 차지하였으며, 29만 5천 파운드 규모의 음료를 한국으로부터 수입하였다. 음료 수출 규모가 작다는 말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만큼 증가시킬 수 있는 범위도 크다는 말이다. 얼마 전 미국의 무역당국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관계자와 만나서 와인 수출에 대한 획기적인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와인 생산자들은 유럽연합이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생산한 과일농축액이 들어간 와인을 유럽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우리도 위스키의 위력에 눌려 수입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영국의 음료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출 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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